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그는 위대한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1920년대는 미국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라디오는 소리를 통해 전자제품을 광고하여 사람들을 유혹하였고 자동차 산업의 활성화로 철강, 석유 도로건설 등이 동반성장 하였으며, 출퇴근이 가능하게 된 사람들이 도시의 외곽에 집을 짓게 됩니다. 산업의 성장으로 증시는 끝없이 상승하는 화려한 부와 재즈의 시대 모습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받는 소설이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먼저 가진 의문은 ‘개츠비는 정말로 위대한가?’였습니다. 가난한 군인장교 개츠비는 꿈과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주와 같은 불법적인 사업으로 부자가 됩니다. 옛 연인이었던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호화찬란한 파티를 열고 그녀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사귑니다.

 

부유한 톰과의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 물질적 안락함에 안주하고 사는 속물적인 첫사랑 데이지를 만나 사랑을 갈구하고 그녀가 낸 자동차가 사고도 자신이 뒤집어쓰고 죽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개츠비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톰과 여행을 떠나버린 후 조화 하나 보내지 않습니다. 화려한 파티와 상류여인에 대한 동경으로 남의 아내를 탐하는 개츠비가 제 눈에는 결코 위대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최 위대해 보이지 않은 개츠비가 ‘위대한 개츠비’라는 사실 때문에 고민스러웠습니다. 느끼한 불륜남이 유부녀를 꼬여내려다 죽은 치정극처럼 보였습니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상류사회의 거만함과 위선으로 가득하며 부도덕한 여자관계를 보여줍니다.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를 알기 위해 저는 다시 천천히 읽었습니다.

 

그럼 황금 모자를 쓰려무나

그래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오르려무나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사랑하는 이여.

황금 모자 쓰고 높이 뛰어오르는 사랑이여,

당신을 차지해야겠어요!”

 

책의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이 시를 읽으며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를 생각하였습니다. 그의 외로움, 그의 사랑, 그의 순정이 보였습니다. 개츠비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조금 위대한 모습이 보이면서 불륜남에서 귀여운 순정남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톰과 데이지로 대변되는 무질서, 무책임, 도덕적 혼란으로 타락한 젊은이들은 가치관의 혼란으로 방향타를 상실하고 술과 재즈로 뒤엉킨 화려한 파티가 지속하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물질이 아닌 사랑을 쫓는 그 남자, 개츠비는 어쩌면 위대한 사람이 아닐까요.

 

이 소설의 ‘위대한’ 속에 숨은 은유는 무엇일까요? 첫사랑의 여인을 찾기 위해 그녀의 집이 보이는 바닷가 저택을 구입하고 그녀를 기다리며 파티를 여는 그 개츠비의 순수한 사랑, 부가 넘치고 라디오에서 재즈가 흐르고 짧게 자른 머리를 흔들며 칵테일을 마시는 젊은 여인들이 넘치는 위대한 미국인의 삶,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침몰한 유럽대신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 세계의 강자로 나선 미국의 위치, 산업의 비약적 발전으로 주식의 끝없는 상승한 증권가의 부흥.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은 1920년대 개츠비가 꿈꾸는던 ‘위대한 미국인의 삶’에 대한 환상과 그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점을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자신의 대선캠프에서 적절히 활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대선 캠페인 용어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입니다. 여기에 사용한 위대한, Great가 예상치 못한 선거 결과를 가져왔다고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어이고 대중 속에 숨어있는 감성을 찾아 내는 말입니다. 이렇게 언어란 힘이 세나봅니다.^^

 

남쪽이라 봄이 일찍 시작되려나 봅니다.. 양지바른 곳에 매화가 몇 송이 피었습니다. 어여쁜 첫사랑을 본 듯 반갑고 기쁩니다. 고운 봄을 맞이하시는 행복한 날 되십시오.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0(2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