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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무관심 ‘학교 허리’ 무너진다

현직 부장교사 좌담회

“부장선생님 모십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교육현장은 부장교사 인선으로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삼고초려’와 ‘36계가 상책’이라는 쫓고 쫓기는 공방이 계속되는 지금, 학교조직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부장자리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답답할 뿐이다. 십수 년째 ‘열정페이’로 희생만 강요하는 현실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많다. 학교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교육당국이 진지하게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교육예산은 75조 원. 그 많은 예산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본지는 신학기를 맞아 부장교사제 운영 실태를 조명해보고 그들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현직 부장교사 좌담회를 통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번 좌담회는 사전 질문지를 통해 서면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는 김봉석 서울덕수초, 김상희 서울 동원중, 사현주 부산 천마초, 이두혁 강원 철암초, 이병환 경기 덕양중, 최윤옥 경기 과천중앙고 교사가 참여했다(가나다순).
 

사회 선생님들을 뵈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란 인사가 먼저 나오네요. 부장교사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김봉석(서울덕수초) 학교관리자와 평교사 간 업무와 의사소통역할을 하는 중간 연결고리 즉, 인
체로 말하면 허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김상희(서울 동원중) 업무 지위로 보면 허리인데 실제로는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가깝지 않나요
(웃음). 동료 중에는 머슴이나 일개미쯤으로 여겨진다는 자조적 푸념을 하곤 합니다.
최윤옥(경기 과천중앙고) 전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싶어요. 중간관리자로서 학교 교육활동의 세부 내용을 디자인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병환(경기 덕양중) 학교의 기둥이죠. 기둥이 빠지면 건물이 흔들리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듯이 학교에서 부장교사 없이는 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학교마다 소규모로 생각을 모으고 업무를 추진하는 팀이 필요한 것이고, 그 팀을 이끌어 가는 게 부장교사인 셈이죠.


사회 학교의 중추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부장교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김상희 전문성과 인화(人和)를 첫손에 꼽고 싶습니다. 다양한 교육활동 및 특색사업에 대한 포괄
적 이해는 물론 세부 추진방향과 업무처리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 임용돼야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특히 교무·연구·생활·방과후 등에서는 업무파악 및 실무능력이 매우 중요하죠.
김봉석 저는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능력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꼽고 싶습니다. 학교구성원 간 마찰을 줄이는 완충지대로써 조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이병환 선생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망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업무능력은 그다음인 듯해요.
사현주(부산 천마초) 책임감 아닐까요. 부장교사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주변 교사들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얼마큼 완벽하게 수행하느냐가 관건인데 간혹 ‘떠넘기기식’ 업무처리로 아쉬움을 주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두혁(강원 철암초) 업무능력은 기본이고 동료 후배 교사들과 의사소통 및 공감능력을 골고루 갖춘 분이면 금상첨화죠.


사회 꼭 필요한 자질로 전문성, 인화와 소통, 책임감 등을 꼽아 주셨는데 이 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현주 업무에 필요한 법적인 절차, 공문해석능력 및 자료수집능력, 그리고 관리자와 일반교사 간 의견이 상충될 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겠죠.
김상희 협업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민주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이 없다면 학교 인적자원이 가진 능력을 최고로 이끌어 내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없어요.

최윤옥 역량도 중요하지만, 업무가 너무 많아요. 피로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요. 철인 3종경기도 아닌데 강인한 정신력까지 요구하게 되네요.
김봉석 담임이 부장교사라고 하면 학부모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요. 학교업무에 치이다 보니 교과연구나 생활지도 등 교사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지기 쉽다고 여기는 거죠. 저 같은 경우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좀 더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보충하고 있습니다만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전 ‘강철멘탈’에 ‘강철체력’까지 있어야 견딜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 책임은 많고 업무는 힘들고,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거 같습니다. 실제로 부장교사 기피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요.
사현주 오래전 일입니다. 제가 방과후부장을 맡았는데 학교 규모가 크다 보니 방과후과정이 7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았습니다. 입찰공고하고 면접하고 개인강사 선발하고…. 게다가 방과후 박람회까지 참가하게 돼 밤낮으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탈락한 업체 한 군데에서 민원을 넣었어요. 교육청에서는 1년 동안 방과후학교 운영 서류를 모두 가져오라 하더군요. 그뿐 아니라 수시로 불려가서 조사받고 해명하고, 결국엔 아무 잘못없는 무고로 결정이 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통이 터져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을 몽땅 학교에 맡겨놓고 책임은 교사에게 떠넘긴 뒤 툭하면 죄인 취급하는 데 누가 부장교사 하려 하겠어요.
김봉석 제가 아는 학교는 부장교사 TO가 8명인데 6명밖에 구하질 못했다고 합니다. 교장·교감 모두나서 설득을 했지만 결국 2명은 채우지 못했죠. 그러다 보니 부장교사 6명이 8명 몫을 하게 돼 업무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합니다. 부장노릇 힘들더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음 해엔 모두가 기피하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2급 정교사에게 과학·체육부장을 떠맡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상희 과거에는 방과후와 교육복지업무가 3D 업종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학생생활부장이 기피 1순위로 떠올랐습니다. 학교폭력과 학생인권 조례, 학생자치활동 등이 몰리면서 가장 힘든 부서가 됐죠.
이두혁 부장 보직이 매년 바뀌는 바람에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본 적이 있어요. 인사이동이나 학교 사정에 따라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지만 업무 연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더라고요.


사회 학교마다 신학기면 부장교사 인선에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김상희 학생생활부장이 가장 뜨거운 감자죠. 어떤 학교는 아예 학생생활부를 없애고 전면 학년부 중심으로 부서 편제를 조직하기도 합니다.

최윤옥 우리 학교는 과학중점학교다 보니 과학부장을 매년 교체합니다. 업무가 너무 많아 2년 이상하기 힘들어요. 인근 학교에서는 제비뽑기로 부장 교사를 정하기도 하고 나이 순서대로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어요.
김봉석 교장·교감이 일찌감치 부장교사 후보를 정해놓고 열심히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합니다. 인간관계를 잘 다져놓은 다음 결정적일 때 부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전략이죠. 나름 효과가 있다고들 합니다.
이두혁 강원도의 경우 큰 도시에는 30대 초·중반 선생님들이 부장교사를 맡고 있는데요. 이는 40대 초·중반 남교사들이 벽지나 농어촌 점수를 받기 위해 도시를 빠져나가면서 자연스레 여교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부장교사 연령대가 낮아진 것입니다. 부장교사에게는 경륜이 중요한데 아쉬운 부분이죠.


사회 본론으로 들어가서 교사들이 부장 맡기를 기피하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김상희 한마디로 너무 힘들어요. 연말이면 눈에 실핏줄 터지는 부장들이 여럿입니다. 이른바 학교업무정상화를 계기로 부장교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업무시스템이 학년 중심으로 바뀌면서 부장교사 업무가 더 많아졌습니다. 교육행정지원사나 교무실무사가 있기는 하지만 부장의 어깨를 덜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김봉석 부장교사에게 가산점이 주어지지만, 매력을 크게 못 느끼는 거 같아요. 더욱이 교장공모제가 활성화되고 승진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은 많이 줄어든 탓이 커요. 일은 많고 보상은 없는데 가산점 때문에 부장을 맡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죠. 또 부장교사가 되면 교과나 학생생활지도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윤옥 맞습니다. 보상은 없는데 의무와 책임만 과중한 자리에요. 누가 선뜻 하겠다고 나서겠어요.
이병환 역할에 따른 권한이 너무 부족해요. 일부 교사들은 부장교사를 학교장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가 하면, 교장선생님 중에서도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부장교사를 중간 관리자 내지 부서원들의 대표로 존중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을 학교장이 최대한 수용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한 학교가 많은 게 현실이죠. 교사들 사이에서는 비담임으로 부담없이 지내는 게 최고이고, 다음은 담임으로 아이들과 부딪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보람은 있는 것이 둘째이고, 맨 마지막이 부장교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씁쓸합니다.


사회 부장교사에 대한 수당이나 승진가산점 같은 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효과가 없는 건가요?
최윤옥 보직교사 수당이 월 7만 원입니다. 담임수당은 월 13만 원이고요.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김봉석 제가 올해 교직경력 20년입니다. 교사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안 오른 걸로 알고 있어요. 부서원들과 식사 한 두 번 하고 나면 마이너스입니다. 이걸 보상이라고 받아야 하는 건지 자괴감이 듭니다.
김상희 승진을 원하는 분들에게 가산점은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공모제 등 다양한 승진루트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입니다.
사현주 “가산점 받으면서 일하는데 뭐가 힘들다고 그러느냐”는 말을 들을 때면 너무 속상해요. 승진이 아니라 학교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일하는데 억울할 때가 많죠.
이병환 가산점을 유인책으로 삼으려던 시대는 이미 지났어요. 이미 대다수의 교사는 승진에 관심이 없죠. 저는 약효가 별로 없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부장교사를 부서의 ‘장’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힘들고 귀찮은 부장 업무를 맡아 줄 교사를 찾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겁니다.
이두혁 저는 약간 사정이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 가산점을 받지 않으면 향후 승진에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다툼의 여지가 항상 존재하고 있어요. 다툼이 갈등이 되고 이런 불안요소는 학교 업무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 승진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선생님들에게는 가산점이 매우 불합리하게 비춰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현상과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부장교사 운영시스템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함께 갖게 되는군요. 개선안을 찾아보고 싶은데요.
김상희 첫째는 수업시수 경감입니다. 업무처리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담당교과의 시수를 줄여줘야 합니다. 일부 중학교에서 보직교사 수업시수를 주당 16시간으로 설정, 일반교사 18시간보다 적게 책정한 것은 합리적 대안이 될 것으로 봅니다. 둘째, 학폭가산점 대상자 선정에서 부장교사가 매우 불리한 점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학폭가산점에 ‘담임 우선’ 원칙을 적용하다 보니 생활지도부장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병환 자꾸 말씀드리지만 부장교사에게 직급에 준하는 실질적인 대우를 해줘야 해요. 수석교사의 수업시수를 1/2 감해 주는 것처럼, 부장교사에게도 수업시수를 대폭 경감해 줘야 합니다. 또 가산점보다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는 승진 프로그램이나 공모교장 임용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보상이 필요합니다.
김봉석 승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위한 보상기제도 있어야 해요. 서울 시내 교원들의 경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 학교에 배정받느냐’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장 몇 년 하면 경합지역 학교에 몇 년 더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최윤옥 수당은 최소 담임수당 수준으로 인상해야 합니다. 경기도는 혁신학교에 지역가산점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부장교사까지 확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 끝으로 못다 한 말씀 있으면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사현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부장 입장만 너무 강조된 거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되네요. 사실 부장 스스로도 교사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또 부장 인선이 투명하게 진행되고 업무에 따른 보상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윤옥 부장교사 기피 현상이 단순히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사회현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장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정신적 피로감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의무와 책임만 강요하기 보다 업무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두혁 큰 도시에서는 부장교사 기피현상이, 벽지·농어촌 지역에서는 보직교사 TO 자체가 적다 보니 과다 지원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적재적소에 업무능력과 소통능력을 갖춘 분이 보직교사가 될 수 있는 제도가 중장기적으로 모색돼야 합니다. 경력직의 교사가 부장을 맡아 학교 업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후배교사들이 배워 시행착오를 줄이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환 부장교사는 단순히 학교장의 참모가 아닙니다. 이런 일부의 인식이 부장 교사 자존감과 소명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어요. 모든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통로로써 부장교사의 위치가 바르게 자리매김할 때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김봉석 부장교사는 축구로 치면 미드필더입니다. 공격수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또 수비수가 실점하지 않도록 궂은일을 도맡는 조율사이기도 하고요. 바람이 있다면 부장교사도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직원들을 존중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순간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는 동료교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사회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부장교사들의 고충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책을 결정하는 분들이 귀담아들었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