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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운명 앞에 선 인간의 노래

강대진의 '비극의 비밀'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새해 앞에서 겸손해 지는 것은 인간의 미덕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가족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 인사를 하고 축복을 보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이가 메시지를 보내왔고 저 역시 그들에게 답장을 하였습니다. 덕담은 넘칠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요. 해넘이에 앞서서 저는 연하엽서를 쓰기 위해 도서관에서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해를 기원하며 좋은 시 한 구절과 덕담을 엮어 말려둔 꽃과 나뭇잎을 붙여서 친지와 벗에게 보내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오랜 버릇입니다.^^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을 여는 소리를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간이 기적이구나. / 기적(일부) / 마종기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기적 같은 한 해를 맞이하십시오.

 

강대진 교수의 책 『비극의 비밀』은 눈에 익었지만 읽기에 부담스러운 희랍(희랍이라 불리는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헬라스라고 부른다고 합니다.^^)의 고전을 조근조근 잘 설명해주는 멋진 책입니다. 다 읽고 나니 떡국 한 그릇을 잘 먹은 듯 흐뭇하고 뿌듯하였습니다. 강대진 교수는 그리스 비극 전공자로 인터넷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인문학 강연 또한 매력적입니다. '오이디푸스 왕', '아가멤논' '자비로운 여신들', '엘렉트라' '메데이아' 등의 작품들을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읽어야 할 책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십니다.^^)을 바탕으로 해 희랍 비극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나 희랍 비극을 읽고 뭔가 미진한 점이 있었던 독자의 경우 이 책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새해엔 그 동안 미루어왔던 희랍 비극을 저자의 안내로 천천히 읽어야겠습니다.

 

모든 것을 지배하려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지배했던 것들도 평생 당신을 따르지는 않았으니까요/소포글레스 「오디푸스왕」

 

합창단은 오이디푸스왕의 옛 행복과 현재의 재앙을 비교하면서, 삶이 끝나기까지는 그 누구도 함부로 행복하다 여기지 말자고 노래한다. 형식적으로는 이것이 이 작품의 결론이다.(중략)비극이 그런 인간들을 애도하기 위해 쓰인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불행 속에서 더욱 빛나는 내면의 힘, 그 재앙 속에서 더욱 빛나는 내면의 힘, 그 재앙 속에서 인물들이 도달하는 어떤 높이를 보여주는 것ㅇ, 이것이 비극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 이것은 불완전한 존재에게나 열린 가능성이다.처음부터 완벽한 존재, 영원한 행복 속에 사는 신에는 그 가능성이 닫혀있다. PP.209~210

 

저는 삶이 늘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잘 믿지 않습니다.(?) 늘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젖어서 그 행복을 모르는 것이 맞으니까요. 물이 풍요한 곳에 사는 사람이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지만 사막을 여행하는 나그네에게 한 방울의 물은 생명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요. 평범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선물처럼 찾아온 작은 행복들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리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비극의 주인공들이 불행 속에서 굴하지 않고 굳세게 일어나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는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기적 같은 한 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비극의 비밀』, 강대진 지음, 문학동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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