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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가족 자유배낭여행으로 남도에서 힐링하다(상)

강진 백련사, 다산초당, 영랑생가 둘러보며 가족의 정 쌓아

추석연휴 기간, 처음으로 2박3일간 가족 여행을 떠났다. 추석을 앞두고 아이들 친가, 외가 조상님, 어른들을 미리 찾아뵈었다. 지난 8월 하순 부부만의 홋카이도 힐링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엔 가족이 떠나는 국내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남도지방. 그 중에서 가장 매력을 끄는 곳은 강진.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데 지자체에서는 이것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교직에 있는 아내는 지난 봄. 강진에서 청렴 연수를 받았다. 전국의 공직자들이 모였는데 프로그램도 좋고 그곳의 자연 풍광이 좋아 다시 갈 기회를 찾고 있었다. 이번엔 연수가 아니라 여유 있게 역사힐링여행을 통하여 가족간 정을 쌓고자 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공직자 연수 유치가 지역관광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의 여행 특징 몇 가지. 첫째,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 이용. 그 이유는 운전 피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산행 시 코스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탄소 배출도 줄여 환경도 살리니 1석3조다. 둘째, 맛 여행 겸하기. 그 지역에서만 특별히 맛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식사 메뉴를 구성한다. 여행에서 보는 것 다음으로 맛 여행이 오래 기억되기 때문이다. 셋째, 여행 코스의 탄력적 조정. 떠날 때 여행의 줄거리는 잡혀 있지만 현지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24일 추석 여행 첫날, 우리 부부와 아들이 각자 배낭을 메고 09:01 수원역에서 새마을호에 승차 익산에서 KTX로 환승,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나주. 역 부근이 복잡하지 않고 한산한 분위기다. 나주곰탕 골목을 찾았다. 아뿔사, 추석이라 유명 음식점이 모두 문을 닫았다. 이곳 대표음식 맛보려는 계획은 바꾸어야 했다. 문 연 식당을 찾으니 다문화식당. 여기서 베트남칼국수와 반세우(해물파전), 부라로(우리의 갈비탕)를 먹으며 지구촌임을 실감했다.

 

강진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우리를 태우러 왔다. 연수 시 인연을 맺어 다시 연결된 것. 우리가 첫 번째 찾은 곳은 백련사, 입구 좌우에 동백나무가 우리를 맞아준다. 만덕산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 뿌리의 길이라는 숲속을 거닐며 다산을 생각해 본다. 그는 유배 중에도 실망하지 않고 후학을 양성하고 실학을 집대성해 600 여권의 저술을 남겼다. 그의 실학사상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니 시대를 앞서가는 실사구시의 선구자다.

다산초당에서는 1경으로 다산이 직접 새긴 정석(丁石)바위, 2경인 약천(藥泉)은 지금은 약수터 흔적만 남아 있다. 3경인 초당 앞 탁자용 바위를 살펴보았다. 이 바위 앞에서는 초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남겼다. 여기에서 다산은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머리를 식히고 유배생활에서 정신적인 활력을 얻었을 것이다. 물론 주위 사람의 도움도 있었지만 유배생활을 어떻게 이겨내 승화시켜 나가느냐는 오로지 본인에게 달려 있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가 찾은 곳은 영랑생가.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나온다. 함께 간 아들은 영랑을 모른다. 아들에게 남겨주고자 바로 그 시비(詩碑) 앞에서 아들과 시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아내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읊조린다. 우리가 단풍철에 전라도 감탄사 ‘오매 단풍 들것네‘가 바로 영랑 시의 한 구절이다. 생가 위에 있는 ’세계의 모란공원‘을 가니 모란 조형물이 있고 온실에는 각국의 모란이 자라고 있었다. 수령 100년의 모란도 보았다.

여기에서 현충탑을 지나 이정표를 따라 한참 가니 사의제가 나온다. 다산이 1801년 처음 유배 와서 거처가 없었는데 이곳 주모는 받아주었다. 그는 이곳에서 생각, 용모, 언어, 행동 네 가지를 올바르게 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이것을 소재로 아들과 문답을 주고받는다. “다산이 말하는 사의(四宜)가 무엇인가? 우리는 네 가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실의에 젖어 있던 다신에게 ”후학이라도 길러야 하지 않겠느냐?”고 용기를 준 주모의 사람 보는 눈이 반갑다.

 

이제 저녁시간. 강진의 먹거리를 살펴본다.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강진 한정식. 12가지 한약재와 갖은 해물로 영양 만점의 강진 회춘탕, 연탄불에 구워 낸 돼지불고기 구이 등, 어느 것을 먹을까? 식당 문 닫은 집이 많고 예약 음식이라 우리 뜻대로 아니 된다. 군청에서 만든 안내지도에서 추천한 식당에서 붕장어 매운탕을 먹었다. 회로 먹어본 적은 있지만 자연산 바다장어 매운탕은 처음이다. 살코기를 입에 넣으니 살살 녹는다. 오늘 저녁 메뉴는 잘 골랐다.

 

20:30 성전면에 위치한 숙소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강진군 북서쪽 월출산 아래인데 인근에는 강진다원, 백운동별서정원, 무위사 등이 있다. 백련사까지 태워다 준 주인이 반갑게 맞아준다. 간식으로 앞마당에서 딴 무화과 열매와 자몽을 내어 놓는다. 여기는 공직자, 수학여행 학생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다. 그들은 이후에도 또 찾아온다고 한다. 2층 다락방에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하루 일정을 되짚어 보고 내일 일정을 잡는다. 10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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