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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프로이트의 환자는 룸펠슈틸츠헨을 어디서 보았을까?

난쟁이 ‘룸펠슈틸츠헨’ 이야기 2

갈색의 방. 누군가 작은 문을 통해 계단을 오른다. 계단은 조금 가파른 편이며 들어선 이를 자세히 보니 조금 이상한 느낌의 난쟁이다. 키가 작고 대머리인 이 난쟁이는 빨간 코를 가졌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대머리이면서도 하얀 머리카락이 보인다. 난쟁이는 그녀 앞에서 아주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그녀 앞을 빙빙 돌아다닌다. 그렇게 한참 춤을 추던 난쟁이는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난쟁이는 약간 희끗희끗한 회색 또는 반투명의 옷을 입고 있어 속이 비치는 느낌이다.

 

진료실에 앉아 있던 그녀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한다. 프로이트의 환자는 꿈 얘기를 하며 자신이 어려서 보았던 동화 ‘룸펠슈틸츠헨’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그 꿈속에서도 난쟁이는 오두막 앞에 불을 피우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느낌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잠깐, 지난번에 다뤘던 ‘룸펠슈틸츠헨’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보자.

 

어느 마을의 방앗간 주인에게는 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는 우연히 왕에게 자신의 딸은 짚으로 금실을 자아낼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왕은 이 말을 믿고 딸을 불러 짚으로 가득찬 방에 가둔다. 그리고는 모두 3일 밤에 걸쳐 금실을 자으라고 명하는데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죽음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위기에 처한 딸 앞에 갑자기 난쟁이가 나타나고, 그는 딸의 목걸이와 반지를 대가로 이틀간 금실을 자아준다. 마지막 밤에 난쟁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는 딸에게 왕과 결혼하면 낳게 되는 첫 아이를 달라 한다. 난쟁이과 약속을 한 딸은, 대가로 금실을 얻어 왕과 결혼을 한다. 결혼 후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난쟁이가 다시 딸 앞에 나타난다.

 

아이를 데려가지 말라는 딸의 눈물에 난쟁이는 자신의 이름을 맞추면 데려가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이후 오두막 앞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난쟁이 자신의 입을 통해 나온 “나는 룸펠슈틸츠헨”이라는 말을 알게 돼 딸은 결국 아이를 뺏기지 않게 된다.

 

두 이야기를 배치해보니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듯하다. 여기서 ‘비슷하다’는 그 느낌의 원천을 찾아보자. 먼저 난쟁이의 출현 자체도 비슷하지만,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춤을 추는 모습이 매우 비슷하다. 특히 꿈속에서는 힘겹게 계단을 올라온 난쟁이가 동화 속에서는 술을 빚고 빵을 굽는 ‘노동’을 끝낸 뒤 춤을 추는 것으로 그려져 역시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성(性)적 상징으로 표현되는 ‘룸펠슈틸츠헨’

그럼 프로이트가 환자의 꿈을 듣고 난 뒤 어떤 분석을 내리는지 잠깐 들어보자. 프로이트는 환자의 이 꿈을 자신의 이론대로 성적 기호로 읽어낸다. 우선 갈색의 방은 여성의 질(vagina)로 표현된다. 또한 힘겹게 오르는 계단은 일종의 성적 행위이며 문을 들어선 난쟁이는 남근으로 해석한다. 특히 ‘우스꽝스럽다’고 표현된 춤은 성교행위를 말하며 계단을 다시 내려가는 난쟁이는 ‘행위’를 끝낸 남근이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난쟁이가 약간은 속이 비치는 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인데, 프로이트는 이것을 피임기구인 콘돔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여성 환자의 이 꿈은 전적으로 성행위의 시작과 과정, 마무리를 의미하며 특히 ‘옷’으로 표현된 이 피임기구를 통해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고 말한다. 물론 실제 분석 과정에서 여성 환자는 이 말을 수긍하며 오랜만에 집에 온 남편으로 인해 다시 임신이 될까봐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따로 있다. 왜 하필이면 이 환자는 많고 많은 꿈 재료 중 하필이면 이 난쟁이 이야기를 사용하게 되었을까? 여기서 ‘동화’의 연결고리가 나온다. 사람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읽었던 동화에 대한 강렬한 기억들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다. 특히 유아성(幼兒性)의 부분에서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을 건드렸던 동화 들에 대해선 더 깊은 인상을 갖게 되는데 이것은 막연하게 깊이 숨겨져 있다가 성인이 되어 이렇게 다양한 꿈 재료로 사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환자는 자신이 읽었 던 동화 ‘룸펠슈틸츠헨’ 이야기를 프로이트에게 전해주는데 여기서 나온 난쟁이 이 미지를 자신도 모르게 남근의 느낌으로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하게 된 것이다.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상징으로 간직되는 ‘룸펠슈틸츠헨’

반면, 동화 ‘룸펠슈틸츠헨’ 자체도 여러 연구자에 의해 다양하게 분석되었는데 특히 주목되는 부분이 ‘짚’과 ‘금실’ 부분이다. 이 짚은 예로부터 마구간 또는 집안에 놓여 일종의 깔개처럼 사용되는 적이 많았는데 특히 서양에서는 ‘잠자리’를 의미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당장 예수 탄생의 장소도 짚이 깔린 마구간으로 서양인들에게 ‘짚’은 일종의 잠자리를 뜻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로이트의 성(性)이론에 의해 이 동화 ‘룸펠슈틸츠헨’을 바라볼 때 짚이 깔린 방에서 생산되는 ‘금실’은 행복한 밤, 금을 자아내듯 아름다운 밤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침 금실을 자아내는 그 공간에 바로 난쟁이가 출현하고, 아기가 태어난다.

 

프로이트는 환자의 어린시절에 분명 이 동화를 접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묘한 느낌을 무의식 깊이 간직해두었다가 이렇게 ‘필요한’ 경우에 ‘딱 맞게’ 자기의 꿈속에서 사용한다고 봤다. 동화의 오묘함과 일종의 ‘개인성’은 여기서 나온다. 수십 명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동화를 들었다 하더라도 그 이야기들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십 개의 다른 이야기로, 각각의 이야기로 다시 쓰여진다. 특히 새롭게 ‘작성되는’ 동화들은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 다양한 상징의 꿈속에 다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줄 때 유난히 “다시요, 한 번만 더”를 반복 적으로 말한다면 잘 주목해 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특정한 어느 동화에 속칭 ‘꽂혔다’ 싶을 만큼 반복적으로 “읽어주세요”를 요구할 때는 분명 그 동화의 어느 지점과 아이의 발달과정 숙제가 얽혀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새엄마에게 고통 받고 구박받던 주인공이 그 고통을 딛고 행복을 찾는 이야기에 아이가 강한 애착을 보인다면 이때는 실제 생활에서도 아이가 엄마를 새엄마로 바라보는 시기에 들어섰음 을 알아야 한다.

 

즉, ‘야단을 치고 혼을 내는 저 사람은 내 친엄마가 아니야. 어딘가 우리 친엄마가 따로 있을 거야. 그리고 나를 야단치는 저 새엄마는 사라지고 나는 행복해 질 거야’ 라는 생각을 자기도 모르게 스치듯 무의식 속에 품게 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렇게 분리해야만 아이는 그 시기의 발달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만약 무의식 속 에서 그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엄마를 죽이고 싶어’라고 생각한 자기 마음을 이기지 못해 오히려 매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을 지나 나중에 착한 엄마, 나쁜 엄마가 모두 한 명의 내 엄마라는 통합의 시기로 나아간 다. 물론 이렇게 읽은 동화, 들은 동화들이 추후 ‘룸펠슈틸츠헨’ 이야기처럼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상징으로 간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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