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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병원에서 치료 받으며 공부해요…친구도 생겼고요”

전국 최초 중도중복장애 병원학교 ‘꿈나래 교실’

학업중단 위기 학생에게 재활치료‧학교교육 병행
“입학은 꿈도 못 꿨는데”…학생‧학부모 만족 커
“전국적으로 확대해 특수교육 사각지대 없애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간질성 뇌병증 ‘레녹스가스토증후군’으로 하루에도 최소 20번 이상 경기를 해 학교에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던 열한 살 김희운 군(뇌병변장애 1급). 하루의 대부분을 치료 시간에 쓰느라 4년째 진학을 유예했지만 최근 입학의 꿈을 이뤘다. 장기간 치료로 학업중단 위기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병원학교 ‘꿈나래 교실’이 경기 화성 브론코기념병원에 문을 열면서다. 
 

전국에 있는 병원학교는 총 33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백혈병이나 소아암 학생 대상이었다. 장애가 심하거나 중도중복장애를 겪는 특수교육대상자 학생들을 위한 병원학교는 꿈나래 교실이 전국 최초다. 지난 5월 29일 정식 개교했다. 
 

꿈나래 교실은 노수진 브론코기념병원 원장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장기입원이나 통원치료로 교육을 미루는 아이들을 위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 원장이 직접 경기도교육청을 찾아 간 것이다. 교육청은 병원학교를 제안했고 취지에 공감한 유순주 화성나래학교 교장이 특수학급 설치를 수락하면서 본격화 됐다. 
 

먼저 브론코기념병원은 병실을 개조해 교실 2개와 교무실 1곳의 공간을 제공했다. 교육청은 이곳에 책걸상, TV, 컴퓨터와 같은 기자재와 학급운영비 등 예산 전반을 지원했다. 현재 화성나래학교 소속 특수교사 2명이 이곳에 파견형태로 근무하면서 유치원, 초등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유‧초등을 합쳐 5명의 어린이들이 치료와 정규 교육을 받고 있으며 정원은 유치원 1학급(4명), 초등학교 1학급(정원 5명)이다.
 

학생‧학부모들의 만족은 컸다. 김 군의 어머니 이진주 씨는 “워낙 중증이어서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에 치료와 교육을 함께 받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며 “병원 치료만 했을 때는 아이가 힘들어하고 짜증도 많이 냈었는데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크레파스로 색칠도 하고 수수깡 만들기도 하면서 밝아진 것이 눈에 띄게 보인다”고 말했다.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5살 임수빈(뇌병변장애 1급, 언어장애 4급) 양 가족은 특히 사회성 발달에서 큰 효과를 느꼈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친구 행동을 관찰하면서 모방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재활치료에서 팔 들어 올리는 연습을 여러 번 해도 큰 차도가 없던 것이 수업시간에 리듬체조를 하며 친구가 팔 흔드는 것을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은 치료사, 부모와의 일대일 관계만 경험해봤던 임 양이 ‘친구’의 의미를 알고 간식을 먹을 때도 자신의 것을 나누려 하는 모습에서 어머니 안순임 씨는 더 큰 희망을 갖게 됐다. 
 

안 씨는 “이전에는 치료에만 매달리느라 교육으로 아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크다”면서 “이런 형태의 학교가 더 많이 생겨 혜택을 받는 어린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치료와 학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의사와 교사간의 협업도 중요하다. 하루 6시간 중 4시간은 재활치료, 1시간 식사, 1시간 수업으로 구성되는데 의사와 치료사, 교사들은 수시로 학생 상태를 공유하며 재활 집중 훈련이 수업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사들은 특히 학업의 연속성 및 또래관계 유지에 포커스를 맞춰 교육과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김경민 교사는 “상호교류 측면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수업과 치료시간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교육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학교가 학습결손을 최소화하고 심리‧정서적 안정을 통해 안정된 학교 복귀 지원이 목적인 만큼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를 위한 과제도 남았다. 치료와 교육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에 교육계, 병원계 전반의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는 것. 노 원장은 “한 달여 정도 병원학교를 운영하면서 교육이 교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도 상호 도움이 되며 유기적인 연관을 맺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면서 “이러한 취지와 효과에 공감하고 병원 내에 교육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는 운영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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