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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속 보이는 교장실… “아이들 속마음도 잘 보여요”

서울상천초 열린 교장실 화제

통유리로 만든 개방된 설계
권위 탈피 모두의 공간으로
한미라 교장 “소통에 최고”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19일 오전 서울상천초. 중앙현관에 들어서자 커다란 통유리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다름 아닌 교장실. ‘교장실이 중앙현관에, 그것도 투명 유리로?’ 두 눈을 의심케 했다. 교장실 밖 현관은 새, 토끼, 물고기와 화초 등이 가득해 마치 온실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켰다.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현관으로 몰려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며 놀았다. “교장선생님! 토끼가 양배추 먹었어요.” 학생들은 교장실을 자연스레 드나들었다.
 
한미라 서울상천초 교장은 어떻게 이런 교장실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소통하고 싶어서요.” 해답은 명쾌했다.
 
“교장실 하면 떠오르는 게 커다란 가죽 소파, 왠지 모르게 다가서기 어려운 교장선생님 모습이었어요.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기존의 교장실 이미지에서 벗어나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이제 교장의 역할이 관리‧감독보다는 교사를 돕고 민원을 해결하는 지원행정으로 바뀌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그에 맞게 공간 또한 변화해야하지 않을까요.”
 
학교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 ‘행복한 학교 공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았다. 한 교장은 “중앙현관이지만 계단이 없어 아이들이 거의 왕래하지 않는 죽은 공간이었다”며 “우리학교 특색사업인 생태교육에 맞게 동‧식물과 친환경 가구를 배치하는 등 중앙현관을 학생들의 공간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교장실뿐만 아니라 교무실과 행정실도 리모델링했다. 설계에는 한 교장을 비롯해 교사,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각자 쓰던 탕비실을 교무실과 행정실 중간에 두고 함께 쓰기로 했다. 차를 마시면서 아침인사를 하고 시골에서 가져온 꿀을 함께 나눠먹는 등 얼굴을 자주 마주하니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행정실과 교무실 갈등이 사라진 것이다. 
 
취지는 이해되지만, 뻥 뚫린 교장실이라니…. 불편하지는 않을까. 한 교장은 “사실 공사 후 처음 교장실에 앉았을 땐 오가는 모든 사람이 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당황스럽긴 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장점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퇴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아이들에 대한 파악이 세심해졌다. 학교를 드나드는 학부모, 민원인과도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레 상담으로 이어졌다. 비밀도 없어졌다. 교장선생님이 어디서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장은 모든 학급에 들어가 수업도 한다. 과목은 세계시민교육으로 생태, 다양성, 인권, 평화와 같은 가치를 융합수업으로 가르치고 있다. 지난해 한 학기에 한 번 이었던 것을 올해부터 한 달에 한번으로 대폭 늘렸다. 그는 “수업을 계속 해야 학생들의 수준, 교실에 대한 감각, 교사들에 대한 공감대를 잃지 않는다”며 “훈화 대신 수업을 통해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린 교장실’에 공감하는 교장선생님들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있어도 다음에 올 교장선생님을 생각하면 선뜻 변화를 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저는 권위보다는 소통, 감시보다는 지원이라는 학교장 역할 변화에 대한 공감만 있다면 얼마든지 열린 교장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꼭 투명한 교장실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오늘부터라도 방문을 열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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