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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한 편의 영화 같은 하루, 원 파인 데이 인 뉴욕(One fine day in New York)

남편에게는 제2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뉴욕. 군대 제대 후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둔 채 달랑 100만 원을 손에 쥐고 뉴욕으로 떠나 3년을 버틴 이야기. 난 이걸 백번도 넘게 들었다. 돈이 없어 하루 한 끼로 때우고, 정기승차권 한 장으로 여러 명의 친구와 돌려써야 했던 궁핍했던 유학시절의 얘기 말이다. 미국 올랜도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18시간짜리 버스 안에서 그의 회고담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어쩌면 반발심 때문이었을지도. 조금씩 함께 그려나가고 싶은 우리의 하얀 도화지에 먼저 완성된 그림이 그려져 있어 샘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그려 넣으려 무지개색 펜을 딱 들었는데, ‘아! 그건 여기 이미 다 그려져 있어!’하며 날 안내하는 남편···. 그는 오래간만에 만난 뉴욕 친구들과 회포를 푸느라 뉴욕 관광은 거의 혼자 다니던 참이었다. 여행에서 느끼는 나의 즐거움에는 호기심 어린 남편의 눈을 보는 것과 열정적으로 누르는 그의 셔터 소리를 듣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게 빠져버린 뉴욕 여행은 왠지 싱겁게만 느껴지던 즈음···. 뉴욕 여행 재미 없다고 투덜대는 내게 남편이 너스레를 떨며 외쳤다.


“오늘 하루는 내게 맡기시라. 모마 (MOMA, 뉴욕 현대 미술관) 갔었어? 안 갔다 왔지?”



모마미술관과 하이라인 파크

혼자 여행하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미안했던 건지 먼저 준비하고 나가자는 그. 남편의 말처럼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뿜 어내는 모마미술관은 뉴욕이라는 도시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마티스·모네·달리·반 고흐·앤디 워홀 등 미술에 조예가 얕은 나같은 사람들도 잘 아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과 비록 작가 이름은 몰라도 그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대형 미디어 아트, 쉬어 가는 의자까지 예술로 승화시킨 일상 속 예술 을 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곳, 모마.


다음 코스는 하이라인 파크. 남편도 처음 가보는 곳이라 했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의선 숲길이나 서울로 7017 같 이 옛 철길이나 고가도로를 새롭게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경우를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여행할 당시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파격적인 실험 공간이었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가로지르는 공중 정원. 그야 말로 ‘빌딩 숲’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 이지만, 남편과 손을 잡고 함께 걷는 하이라인 파크는 단어가 주는 어감보다 훨씬 로맨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