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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교육 사각지대에서 우는 아이들



며칠 전 영재반 강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독서와 글쓰기 지도를 담담하고 있는 나는 금년부터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강의 자료 속에 내가 직접 쓴 인문 자료를 수록하고 학생들이 학습 하는 동안 자기 작품집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강의가 끝난 후 따로 편집하는데 들어가는 예산 낭비를 막고 진행 과정을 학생 스스로 느끼고 창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문영재 학생을 위한 교재가 따로 없으니 강사 스스로 교재를 만들어야 하고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독서 교재나 학습 교재를 엄선하여 제공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운영하는 영재반이다. 그러니 일회용이 아닌, 두고 쓸 수 있고 재활용이 가능한 독서 교재와 학습 도구를 투입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교재도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학습 방법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는 일은 말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영재반 선발과정에서부터 예산 책정, 강사 섭외 등 지역교육청이 영재반을 운영하기 위해서 공을 들이는 노고는 참으로 지대하다. 그 노력과 예산이 영재반 수업 과정에 제대로 발현되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진다.


그 노력의 결과가 열매로 얻어지는 순간은 바로 바로 수업이다. 영재반 강사와 학생이 만나는 그 순간의 수업에 있다.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수업을 모두 마치고 다시 지역교육청 영재학급을 찾아와서 2시간 학습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비추어 과도한 학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아픈 학생도 속출한다. 때로는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소수의 학생들로 인해 원하는 만큼,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못낼 때도 있어서 강사로서 안타까움도 느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늘 새로운 시도를 하여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성취의 기쁨을 안겨주고 강의실을 나설 때는 하늘을 나는  행복을 만끽하기도 한다. 앎의 기쁨으로, 깨달음의 즐거움으로 배고픔 속에서도 피곤함 속에서도 눈빛을 반짝이는 40개의 눈동자들이 좋은 책의 한 귀절에서, 자신도 놀라는 멋진 문장을 써내려가며 들뜬 모습을 보는 순간의 행복을 무엇에 비길까! 집중하지 못하다가도 몇 마디 설득에 나서면 이내 배움의 자세로 돌아오는 어린 영혼들이 뿜어내는 열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 고장 담양의 앞날을, 인공지능을 능가할 젊은이들의 기상을 미리 보는 즐거움에 젖곤 한다.


강의실 문을 나서며 아직 부모님이 데리러 오지 못한 학생의 모습이 어둡지 않음에 감사하곤 한다.

"아버지께서 아직 오시지 않은 거니?"

"네, 곧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영재반 하느라 힘들지는 않니?"

"아니오, 보람을 느낍니다."

"그렇구나! 참 다행이다. 열심히 해보자."


배고플 시각이라 가지고 있는 간식 하나라도, 잠시 입안을 다스릴 껌 한개의 하찮은 손내밈에도 그는 이내 밝은 웃음을 선사하며 몇 분 간의 기다림을 콩콩 뛰며 즐기며 안쓰러워하는 나의 감정을 읽으며 눈을 맞추는 순간, 우린 세대를 뛰어넘어, 내 반 학생은 아니지만 사제의 정을 확인한다.


인문영재반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글을 쓰는 일은


남들은 귀가하고도 남은 시각에 강의실 문을 나서며 가르침의 기쁨에 겨워하는 순간, 내가 살이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한다.


올해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이다. 인문영재의 첫걸음을 좋은 책을 읽게 하는 목적, 그리하여 바르고 훌륭하고 아름다운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르게 살면서 얻은 생각을 글로 남기는 단계까지 이르도록 몰고 가는 중이다. 선생은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먼저 삶의 길을 걸어보았으니 어느 길로 가야 보다 좋은 길인지 인생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게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