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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2015년 ‘베테랑’으로 천만클럽에 가입한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흥행실패 대작이다. 총제작비 250~260억 원의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올 여름 최고 기대작’이란 관심을 받았지만, 정작 관객 수는 659만 2170명에 그치고 말았다. 관객 수 자체가 적은 건 아니지만, 700만 명쯤인 손익분기점에도 미치지 못해 흥행실패 대작으로 남게된 것.

사실 제작비가 200억 원 넘는 한국영화는 ‘옥자’⋅‘설국열차’⋅‘마이웨이’⋅‘미스터 고’⋅‘군함도’ 등 그리 많지 않다. 일단 ‘군함도’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그중 450억 원을 들인 ‘설국열차’만 935만 0338명 관객동원으로 나름 선전했다. 600억 원을 넷플릭스에서 전액 투자한 ‘옥자’의 경우 멀티플렉스 개봉 불발로 고작 32만 1551명에 그쳐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게 됐다.

여하튼 ‘군함도’에 대한 그런 관심은 7월 26일 개봉 첫날 관객 수 97만 516명을 동원하면서 자연스럽게 천만영화 전망으로 이어졌다. 종전 최고 기록인 6월 6일 개봉작 ‘미이라’의 87만 2965명보다 10만 명쯤 많은 관객 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의 천만영화 ‘택시운전사’ 개봉 첫날 관객 69만 8088명보다 20만 명쯤 많은 최고 기록이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27개 스크린에서 1만 174회 상영으로 얻은 최다 오프닝 흥행기록이다. 개봉 당일 최다 스크린(1864개)을 확보했던 영화는 2016년 4월 27일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다. 덕분에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심지어 ‘터치’의 민병훈 감독은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조선일보, 2017.7.28.)라고 썼다.

‘군함도’는 스크린 독과점 외에도 역사 논란을 낳기도 했다. 먼저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닌 창작영화”(서울신문, 2017.7.29.)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강제 징용자의 참상을 충실히 담고 있는지 갑론을박이 일었다. 결국 ‘군함도’는 초반 기세가 무색하게 개봉 15일째부터 1일 관객 수가 5만 명 이하로 추락해버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필유곡절이지 싶기도 하다. 영화는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 종로 건달 최칠성(소지섭), 중국을 떠돈 오말년(이정현), 변절한 지도자 윤학철(이경영) 등이 군함도에서 겪는 이야기다. 참상 재현과 함께 말년의 “한 사람이라도 살믄 우리가 이기는 거여” 등 메시지도 비교적 명료해 보인다.

우선 70억 원을 들였다는 군함도 세트장에서 재현된 당대 비극적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가령 지하 1000m 탄광에서의 석탄 캐기라든가 시모노세끼항의 하선 인파, 알몸의 신체검사, 송곳판 위로 여자 굴려 죽이기, 반라(半裸) 차림의 목욕탕 액션 등 어떤 일제침략기 배경 영화에서도 거의 대할 수 없던 장면들은 전쟁 참화 내지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운운하며 “조선인들을 군함도에서 탈출시키고 싶었다”(경향신문, 2017.7.20.)는 유감독의 포부가 영화를 그만 ‘활극’으로 만들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강제 징용의 역사적 사실에 입힌 조선인의 군함도 탈출이라는 상상이 오히려 독소로 작용한 듯싶어서다.

사실 탈출에 따른 일본군과의 꽤 긴 총격전은 류승완식 액션일 뿐이다. 강제 징용 식민지 조선인들이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이나 자유에 대한 절박하면서도 처절한 몸부림으로 공감되지 않는다. 지하 갱도나 사실상 군함도 감금생활에서의 동족간 쌈질 등 이전 화면에서 보여준 핍진한 극한상황마저 잊게 만들어버리는 그냥 액션영화의 활극에 가까워 보인다.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로 보이지만, 칠성의 송종구(김민재)를 향한 1대 1 결투 신청 따위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무영의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식 하시마 탄광 잠입이라든가 관동대지진때의 일본 만행 성토 등도 작위적이란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서사구조가 다소 복잡한데다가 그나마 관객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 아쉬움이 생긴다.

“덴노이까 반자이”를 부르며 위기를 벗어나는 어린 초희의 모습에서만 콧등 시큰한 뭔가가 느껴질 정도라면 이 대작의 도달점이 어디인지 또는 무엇인지 좀 그렇지 않나? 어쩌면 하시마 섬에서 벌어진 강제 징용자들의 참상을 최초로 다룬 ‘군함도’가 그냥 팝콘 무비여선 안된다는 기대치 때문 그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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