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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커다란 숙제 ‘따돌림'

‘재벌’, ‘화병’, ‘왕따’, ‘이지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 단어들이 그대로 영어 사전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왕따돌림’을 의미하는 ‘왕따’는 ‘wangtta’로, ‘이지메’는 ‘izime’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왕따’, ‘이지메’는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따돌림’, ‘집단 따돌림’과 어떻게 다를까? 무엇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따돌림은 따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을까? 한국의 ‘왕따’와 일본의 ‘이지메’는 그 색깔과 수위와 강도가 ‘따돌림’과는 다르다. 괴롭힘의 강도, 가해자의 참여 범위, 피해자의 고통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전 세계적 으로 나타나는 ‘따돌림’으로 분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번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든 왕따의 늪

지독한 왕따에 한 번 걸려든 학생은 그 생을 살기 싫을 만큼 고통의 정도가 심하다. 그래서 자살 시도도 하게 된다. 몇 년 전 필자가 상담했던 고3 여학생은 같은 반 학생 전체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공부를 비교적 잘 하는 데다 행동이 다른 학생과 달리 독특하여 학기 초부터 따돌림이 시작되었고,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다 9월 에 지방에서 전학을 온 전입생과 친하게 지내려 했으나 왕따 주동자들은 그 전입생에게 마저 압력을 행사하며, 같이 놀지 못하도록 조종했다. 결국 그 여학생은 1년 내내 혼자 급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자살시도를 두 번씩이나 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몸과 마음은 말할 수 없이 망가져 하혈을 몇 번씩 경험했고, 두통과 속쓰림으로 보건실·병원 신세를 진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갑자기 정신을 잃어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두어 번 있었다. 2011년 말 대구에서 자살한 권 모 군을 상기시킬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남학생보다는 여학생 사회에서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여학생은 성향상 친구를 사귈 때 ‘무리 지어 노는 경향’이 강하다. 이른바 관계 지향적 성향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학급의 여학생 인원이 15명쯤 된다고 할 때, 6~7명씩 두 그룹 정도가 형성되고 나면 자연스레 한 명이 남는 구조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 한 명을 그냥 ‘특별한 학생’, ‘독특한 아이’, ‘이상한 애’ 정도로 치부해 버리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아예 학급 친구들과의 접촉을 인위적으로 차단시키고 괴롭히는 ‘배타적인 심리’가 작용하면서 필연적으로 왕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급 인원 구성과 여학생의 특성이 결합하여 따돌림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반 ‘왕따’를 찾아내는 방법

따돌림이란 학교 또는 학급 등 집단에서 한 명 또는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적극성을 가지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소외시키거나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많은 교사가 우리 반에는 (집단)따돌림 현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담임교사가 모르는 일이 바로 나의 학급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반 ‘왕따’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실제로 학급 담임교사가 집단 따돌림 학생을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학급 담임교사는 몇몇 학생의 면담과 수업 혹은 조·종례시간에 이루어지는 관찰만으로 학생들의 교우 관계를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급에서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인간관계는 교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경우가 많다. 다음은 필자의 생활부장 시절의 경험담이다.


덩치가 작은 한 학생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믿을 만한 제보가 들어왔다. 담임교사에게 넌지시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본인도 나름 그 사안에 대해 알아보았으나 ‘절대 괴롭힘은 없었다’면서 그런 상황을 의심하는 필자에게 항의하듯 대응해왔다.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의 친구 몇몇을 불러 조사해 본 결과 사실무근이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필자가 멀쩡한 반을 이상한 학급으로 몰았다는 식으로 넋두리를 들었다. 그런데 진실은 오래가지 않아 밝혀졌다. 담임교사가 불러서 조사했던 바로 그 아이들이 피해자를 괴롭히고 따돌린 가해자였던 것이다. 이래서 학교폭력 연수 시에 피해학생의 친구를 불러 조사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왕따의 4층 구조

만약 우리 교실에 따돌림이 발생했다면 담임교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아무리 베테랑 교사라도 이러한 사안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피해학생의 심리적 상처를 최소화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왕따의 4층 구조(<표 1> 참조)에 비추어 학급 내 힘의 역학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하다. 그리고 2층의 가해자나 가해행동의 주동이 되는 학생을 찾아내야 한다. 학급 내 모든 학생으로부터 진술서(사실확인서)를 받아 사안 조사를 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 다른 학급 학생의 진술서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생활교육부·상담실·위클래스·교감 등 학교 내의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사실 파악에 힘써야 한다. 또한 학교 밖의 스쿨폴리스·위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시도정신보건센터 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다음은 사안 처리 과정에서 꼭 챙겨봐야 할 내용이다.


• 피해학생에 대한 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며 기록 유지

• 피해학생 입장에 서서 지도·지원하고 전문기관 안내

• 유관기관 프로그램 활용 시 가해학생 지도 과정 및 결과 확인

• 궁극적으로 피해자 스스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 및 교육적 지원

• 처벌 지향적 조사보다 문제해결에 초점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친구관계가 세상의 전부, 우주 전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피해자의 생각을 이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주저하거나 거부해도 끝까지 설득하여 일정 정도의 조치를 해야만 이 힘든 술래잡기의 구렁텅이에서 해방될 수 있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가해자에게 적정한 조치나 교육 없이 몇 마디의 충고·훈계·야단으로 마무리된다면, 2층의 가해자들은 ‘1층 피해 자가 별것도 아닌 일로 담임교사에게 일렀다’는 구실로 피해자를 더욱 심하게 괴롭힐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학생은 입과 마음의 문을 영원히 닫아걸지도 모를 일이다.


 왕따의 4층 구조 <표1> 

왕따를 둘러싼 집단 속에서는, 왕따의 중심이 되는 학생이 있고, 동시에 그 외측에는 반드시 왕따에 가담하는 동조집단이 있어, 왕따를 당하는 학생이 고립되어 있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학생이 보면, 주변에서 놀려대는 사람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사람도 ‘괴롭히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1층 : 피해자(왕따를 당하고 있다)

2층 : 가해자(괴롭히고 있다)

3층 : 주변에서 놀려대고 있는 자 → 왕따를 조장·촉진하는 작용

4층 : 보고 못 본 척하는 자 → 결과적으로 왕따를 지지하고 있는 작용


이 외에, 왕따를 말리려고 들어가는 ‘중재자’가 나타난다. 이 층은 ‘보고 못 본 척을 하는 자’의 층에서 적극적 방향으로 분화한 학생들이다. 그들은 폭력을 부정하고,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이 왕따에 대한 비판층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가 왕따 방지 지도의 과제이다.

- 문제행동 대응 메뉴얼(2008, 서울특별시교육청)


왕따의 4층 구조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집단은 ‘왕따를 말리려고 들어가는 중재자’이다. 이 층은 4층의 ‘보고 못 본 척을 하는 자’의 층에서 적극적 방향으로 분화한 학생들이다. 그들은 폭력을 부정하고,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이른바 ‘나쁜 편’이 아닌 ‘좋은 편’이다. 이 왕따에 대한 비판층에 대해 어떻게 교육을 시키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를 가르치며, 어떻게 용기를 북돋을지가 왕따 방지 지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2층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치와 교육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사이버폭력의 심각성을 체험하는 스마트폰 앱 등장

최근에는 사이버폭력·사이버따돌림 문제가 심각하다. 이른바 ‘저격’이란 10대 용어가 있다. 페이스북·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의 SNS상에서 한 학생을 표적 삼아 조롱하는 글을 올리면 다른 학생들이 댓글을 다는 식으로 비난을 쏟아붓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그 대상이 본인인지도 모른 채 ‘좋아요’를 눌렀다가 수십 명 앞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돼지 같은 ✽’, ‘걸레’, ‘ㅁㅊㄴ’ 등으로 ‘저격’하는 것이다. 이것을 어찌어찌하여 교사가 적발해 사안 조사하려 해도, 그네들은 ‘ㅁㅊㄴ’이 의미하는 바는 ‘crazy girl’이 아니라 ‘맞췄니?’, ‘마침내’라고 둘러대면서 진실을 조롱하고 사안 조사를 피해 나간다.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며 한 아이를 조롱하고 비웃는 상황이며, 당하는 아이는 마치 지옥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차라리 주먹으로 신체폭행을 당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들끼리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저격’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격’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학생들도 언젠가는 자기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친구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역시 이러한 사이버괴롭힘, 사이버따돌림은 그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우울감에 빠져 일부 학생들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한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사이버폭력을 체험할 수 있는 휴대폰 앱, ‘사이버 폭력 백신’을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이 앱은 실제 학생들이 겪었던 사이버폭력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수밖에 없는 폭력의 실체를 단 몇 분 만이라도 경험해 보고 그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제작했다. ‘지금부터 당신은 사이버폭력의 피해자가 됩니다’라는 안내를 시작으로 가입자의 이름을 입력한 후 시작 버튼을 누르면 아이들의 사이버 공격이 융단폭격으로 진행된다. 당사자는 ‘어···’ 할 겨를도 없이 그들의 요구대로 해당 SNS에 들어가야 하고 그들의 욕설을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한다. 3~4분의 체험이지만 끔찍한 사이버폭력의 실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교사와 학부모 들이 체험해 보시기를 권장한다.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의 최대 피해자는 자존감이 약한 학생들이다. 발달단계의 특성상 청소년의 심리상태는 매우 불안정하며 자존감이 낮을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되어 인정사정없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따돌림이나 사이버폭력 피해 당사자가 되었을 때, 이를 터놓고 상담하거나 의논할 상대나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학기 초부터 평상시에 담임교사가 학급 분위기를 ‘정의’에 가깝도록, 그리고 힘듦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 상담과 신고가 이루어지도록 부드러운 학급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또한 ‘자존감’과 ‘소속감’은 따돌림 방지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건전한 정신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교사와 학부모는 교육과 양육의 과정에서 이것들의 함양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