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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지난 20일 전북대학교 박물관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7회혼불문학상 시상식은 장하고 대견해보이기까지 했다. MBC 노조원들의 총파업으로 방송파행이 심화된 가운데 열린 행사여서다. 참고로 혼불문학상은 전주출신으로 요절한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주MBC가 2011년 제정⋅시상해오고 있는 상이다. 당선작 상금이 자그만치 5,000만 원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올해 역대 최고인 282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고 한다. 지방방송사로선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대형 프로젝트를 전주MBC가 벌써 7년째 해오고 있는 것이다. 수상작은 단행본으로 발간, 광고와 함께 판매도 하는데 출판사가 방송사에 얼마를 후원하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전주MBC는 혼불학생문학상도 주최하고 있다. 2011년 첫 공모전에서 내가 지도한 군산여상 제자가 장원을 수상해 나름 인연이 닿은 상이기도 하다. 지금은 따로 하지만, 그때만 해도 혼불문학상과 혼불학생문학상 시상식이 같이 열렸다. 응당 시상식에 초대받았지만, 참석이 여의치 않아 학생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초대장을 보내와도 이런저런 시상식장에 잘 가지 않는 편이다. 여기저기 얼굴 드러내길 일상으로 하는 정치인이 아닌데다가 작가는 오로지 글로 말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런 나라면 초대장을 받지 않았으니 당연히 갈 일이 없어야 했다. 그런데도 제7회혼불문학상 시상식에 가보고 싶었다. 시상식 소식을 신문에서 처음 접하고 여러 번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내가 제7회혼불문학상 시상식에 굳이 간 것은 “군침이 저절로 흐르는 수작(秀作)이다”는 수상작 ‘칼과 혀’의 작가가 누군지 궁금했고, 평론가를 떠나 시민이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나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문순태 소설가가 심사위원장이어서 오랜만에 만나 뵙는게 좋을 듯한 또 하나 큰 이유가 있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시작 20분 전쯤 도착한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야외무대 시상식장엔 아무도 없었다. 장소가 변경된 것이었다. 그곳에 시상식장 변경 내용이 안내되었더라면 아마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덜 황당했을 것이다. 주변엔 나처럼 황당해하는 몇 사람이 더 있었다. 결국 방송사로 전활 걸어 변경된 시상식장으로 가니 막 전주MBC 사장 환영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도지사를 대신한 정무부지사⋅전주시장⋅남원시장⋅전북대학교 총장의 축사 등이 이어졌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판소리합창단의 노래, 춤사위 들이 심사평과 시상 앞뒤로 펼쳐지는 등 음악제를 겸한 시상식은 1시간 20분이나 계속되었다. 야외무대인데다가 방송사 주관이라 그런지 여느 시상식에서 보지 못한 뭔가 장중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외형적인 그런 느낌과 다른 어떤 불쾌감이 시상식 내내 떠나지 않았다. 뭔가 닫힌 듯한 축하객 맞이가 그랬다. 우선 방명록이 없어 좀 의아스러웠다. 그거야 그럴 수도 있지 하며 이해하려는데, 안내석에 앉은 관계자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왔다. “어서오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신 들은 말이어서 순간 나도 모르게 당황했다.

초대장 없이 왔다는 나의 대답에 그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였다. 축하객들을 친절하면서도 자세하게 환대해주는 시상식은 아니었다. 시상식장을 바라보니 그런 생각이 확실해졌다. 의자들이 둘러싼 탁자에 놓인 종이명패가 대표적이다. 수상자와 심사위원, 축사할 기관장 정도만 이름을 적어놓으면 될 것을 탁자가 놓인 모든 자리가 그랬다.

빈자리가 듬성듬성했지만, 그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고작 60명 남짓한 시상식 참석자들이 수상작 소설집이나 기념품 에코백을 받은 축하객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거나 갈린 모습이었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구분이 되었고, 차별이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 나는, 그러니까 제7회혼불문학상 시상식 불청객이었던 것이다.

‘초대합니다’는 안내장만 보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하하고자 시상식장에 간 나의 잘못일까? 그럴망정 그 어떤 데서도 보지 못하고 겪지 않은 아주 희한한 풍경이었다. 전주에서 열린 전국적 행사인데도 시민들과 함께하기는커녕 지역의 대표급 문화예술인들조차 없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제7회혼불문학상 시상식이었던 셈이다.

앞으로는 열린 혼불문학상 시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기관장들의 축사보다 오히려 더 많은 지역민들이 찾아와 축하하고 “그렇지 우리 고장엔 ‘혼불’의 작가 최명희가 있었지” 하는 깨달음과 동시 자부심도 가질 수 있는 그런 혼불문학상 시상식 말이다. 하객 모두를 차별하지 않는 혼불문학상 시상식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