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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밖에서 보는 한국의 교육 제도

데이비드 강군은 고교 2학년이다. 현재 매릴랜드의 고교에서 전교 수석을 한번도 놓치지 않는 수재다. 중학교 때 이민을 왔는데 빠르게 적응해 미국학생들을 가르칠 정도다. 성적과 활동을 보면 아이비리그 입학도 가능한 우수한 학생이다.


미국으로 오기 전, 그는 한국에서 뒤쳐진 학생이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성적이 잘 나왔지만 데이비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열등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선생님은 걸핏하면 벌을 세웠고 학교에 남아 한문을 쓰게 했다. 부모조차 데이비드의 능력을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뒤쳐지는 성적과 그로 인해 받는 마음의 상처를 채 씻지 못하고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 온 그는 다양성과 인성을 중시하는 미국 교육제도에서 그 안에 잠재되어 있던 능력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아갔고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우등생이 된 것이다. 만약 데이비드가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아마도 십 중 팔구는 열등생이라는 비난 속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 온다고 모두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례도 제법 많다.


한국 최대의 실책은 아이들이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전혀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는 교육정책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입시 제도에 있다. 원시적인 입시 제도에 목매어 어린 시절을 굴절된 삶으로 일관하는 데 속수무책인 것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고등 교육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공부라는 틀에 갇혀 사회에 대해 제대로 인식도 못하는 학생들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잔혹한 입시를 치르고 거기에서 너무도 일찍 승자와 패자로 갈라져 버린다. 패자 부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율이 너무 낮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 성공(?)의 관문을 향해 전력투구하게 되고, 여기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입시제도가 만들어 내는 문제점은 엄청난 사교육비로 인해 발생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미개하다는 표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한국의 교육 제도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빼앗고 있다. 필요한 만큼만 학업에 쏟고 나머지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어울려 지내며 사랑을 싹 틔워야 하고, 친구 간에 아름다운 우정을 만들어 가야하며, 일찍부터 여러 사회활동에 참여해 나중에 접하게 될 사회에 대해 친근감을 형성해 가야 하는 시기에 온통 입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OECD의 30개 회원국 중 사교육비 지출에서 한국이 1등이라고 한다. 그 좋은 것들은 다 다른 나라에 내어주고. 문민 에서는 51조, 참여정부에서는 총 105조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사교육비로 지출됐다. 한 가정 당 보통 한 달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비 규모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나라에서 아이들은 얼마나 지독하게 공부에 혹사당했으며 부모들은 그 비용을 대기 위해 얼마나 허덕였을까?


차라리 아이들에게 홈스쿨링을 시키고 그 돈을 모으면 나중에 결혼시킬 때 집 한 채를 사 줄 수 있지 않을까? 그 돈으로 건실한 회사를 설립해 실업률을 떨어뜨리면 안 될까? 그 돈으로 사회사업과 문화사업, 교육사업에 투자해 훨씬 더 살기 좋은 한국으로 만들면 안 될까? 그 돈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도와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일까?


한국 사회는 무시무시한 입시에 마취가 걸려 살아가는 사회 같다. 정신과 금전을 몽땅 빼앗겨도 비명 한 번 제대로 못 지르는 가정이 부지기수다. 어린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지옥 같은 교육 환경이 싫어 외국으로 가족을 조기 유학 보내고 외로움과 경제적인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기러기 아빠들이 늘고 있다. 교육 때문에.


이렇게 심각한 중병을 앓고 있는 데도 한국 정부는 손 하나 쓰지 못하고 있다. 일선에서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교육부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으로 우왕좌왕할 뿐 이미 공룡이 되어 버린 바람직하지 못한 교육 현실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을 법정에 세우는 무서운 힘을 가진 사람들도, 정의를 부르짖는 사회단체들도, 종교 단체들도 입시를 위한 교육의 최면에 속수무책이다.


미국은 다른 부분에서는 세계 최강의 국가에 걸맞지 않게 부끄러운 것이 많지만 교육정책과 제도에서만은 똑 부러진다. 그 중 한국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홈스쿨링과 지역 사회학교, 그리고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수월한 복수지원 제도다. 이 세 가지 때문에 미국의 교육이 입시나 사교육비 때문에 심한 압박을 받지 않고 국민들이 삶의 초점을 다양하게 맞춰 사회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나 사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을 선택한다. 그 아이의 나이에 맞는 교재를 구입해 부모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혹 부모들은 그 아이들이 집에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어서 안 좋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에는 방과 후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많아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하고 난 나머지 시간에는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학교에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학교에서 공부할 수도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학생마다 다르지만 홈스쿨링이 결코 학교 교육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해서 하니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더 잘할 수도 있다.


좋은 사례로 평소에 친분이 있는 가정에 주광이라는 아이를 들 수 있다. 주광이는 홈스쿨링을 하다가 학교에 갔는데 또래 아이들 보다 실력이 좋아 2학년이나 높은 수준으로 배치됐다.


홈스쿨링 방법에는 부모뿐만 아니라 자격이 있는 교사가 몇 명의 학생들을 모아 가르치기도 한다. 한국에도 이런 식의 교육이 도입된다면 사교육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공교육 절대 관념에서 해방되어 지나친 경쟁을 피해갈 수도 있다.


소위 커뮤니티 칼리지라고 불리는 지역 사회학교는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30년대에 진보주의자들에 의해 미국 곳곳에 자리 잡기 시작한 이 교육 제도는 배우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선발 원칙으로 넓게 열려 있다. 학비가 대학 등록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싸며, 나이에 관계없이 등록해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을 통해 원하는 직업교육도 받을 수 있고, 자격증도 딸 수 있으며 4년제 대학 진학을 쉽게 할 수 있다. 이곳을 통해 미국의 4년제 대학들로 편입하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점은 참으로 훌륭한 교육제도다.


미국의 훌륭한 교육제도는 복수지원 제도다. 미국 학생들은 보통 여섯에서 열군데 정도 대학에 지원서를 낸다. 3분의 1정도는 좀 자기 실력보다 높은 대학들, 3분의 1정도는 자기 실력에 맞는 대학들, 그리고 3분의 1은 안정권 대학에 지원한다. 그리고 합격한 학교 중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등록하면 된다. 1년 중 하루 특정한 날을 잡아 전 국민이 초긴장으로 치르는 학력고사나 수능시험 같은 제도는 없다. 고교 성적이나 봉사활동 등을 바탕으로 선발하고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SAT 시험이 있지만 이것도 몇 차례 치러보고 제일 좋은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어 단 하루에 운명(?)을 거는 긴장된 순간은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SAT를 무시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이 제도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게 되면 내신과 봉사 점수만으로 학교를 갈 수 있으니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이런 교육제도 때문에 미국에서 교육은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그만두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미국의 대학에 학생들이 입학해서 6년을 지나고 보면 반은 자퇴를 해버리고 반만 졸업한다. 빌 게이츠가 공부가 싫어 하버드를 버렸다는 것도 이런 분위기 덕분이다. 임금은 좀 낮지만 고교만 나와도 만족하고 사는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한국도 공부에 대해서 좀 더 자연스러워 질 수 있는 교육제도가 필요하다. 집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대학에 들어갈 때 선택의 폭이 넓고, 공부하고 졸업하는 것이 자유로워진다면 목매달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꼭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살피고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매번 보다 나은 정책을 기대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는 한 번도 없었다. 올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도 영어교육 외에는 이렇다 할 바람직한 정책은 들려오질 않고 있다.


미국은 총기소지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지 못하고 있다. 이미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공룡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의 교육도 이미 이런 공룡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데이비드 강 같은 수재들이 한국에서 사장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육정책으로 외국으로 나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자기의 능력을 키우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부모들도 자녀 교육이라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세계 최고의 교육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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