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문제행동 예방을 위한 자아존중감 높이기

함께하는 생활지도

문제행동은 다의적이고 그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에는 수업 중 문제행동, 교사와의 갈등, 생활규정 위반, 학교폭력, 성폭력, 우울증 및 자살, 미디어 중독, 약물 중독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행동을 예방하려면 우선 문제행동의 원인과 목적을 최대한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어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들러(Adler) 학파의 드라이커스(Dreikurs)는 1930년대에 수업 중 문제행동의 목적을 네 가지 ‘잘못된 목적(Mistaken Goals)’으로 파악한 바 있다. 관심 끌기(Attention), 힘의 추구(Power), 앙갚음(Revenge), 실패의 회피(Avoidance of Failure)가 그것이다. 이는 21세기 한국의 교육상황에도 잘 들어맞는다. 여기에 송형호 서울 천호중 교사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최근의 경향을 고려해 방과후 준비(Preparation after School)를 추가했다.

그다음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문제행동을 보인 학생에게 자신의 재능과 강점(talents and strengths)을 자각하게 해 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행동 예방 프로그램이 단기용 전략밖에 없다면 언젠가는 다시 문제행동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문제행동을 영원히 끝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학생의 소속감과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것뿐이다. 

자아존중감을 도와주는 3C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학생이 특정 집단에 속하고 있음을 느끼게 도와주는 린다 알버트의 ‘3C’ 전략을를 들 수 있다. 자신들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Capable), 친구와 관계를 맺고 소속집단과 연계돼 있으며(Connected), 자기가 소속한 집단에 기여하고 있음(Contribute)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이 ‘소속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고 건전한 정신건강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더는 어딘가에 속하려는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혹은 모자란 자아존중감을 채우기 위해 비행을 일삼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기실 1960~70년대에 시골에 살았던 아이들은 3C가 자연스럽게 충족됐다. 옛날 시골 아이들은 해낼 수 있는(Capable) 것이 무척 많았다. 10살 전후의 남자아이들은 풀베기, 소먹이기, 토끼 기르기, 밭매기, 지게질하기 등을 거뜬히 해냈고, 또래의 여자아이들은밥 짓기, 빨래하기, 걸레질하기, 아이 돌보기 등의 집안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연계(Connected)도 자연스러웠다. 각 가정에서 자녀의 수는 대개 5명 이상이었고, 조부모도 같이 살아 대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옆집 어른과 아이들은 모두 가족이나 다름없이 유대감이 강했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세상이었다.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들은 모두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해주는 교육자 역할을 했다. 학교에 가도 친구가 많았고, 동네에 돌아와도 친구가 많았다. 선후배, 동네 언니·동생도 모두 친구 역할을 해 줬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았으므로 가정 경제에 기여할(Contribute) 것도 많았다. 가난한 농촌 경제에서 초·중등생은 큰 일꾼 역할을 해 주곤 했다.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동생들을 돌보는 역할도 컸다. 어른들이 일하러 밖에 나가면 밥 짓고 빨래하는 집안일은 여자아이들 차지가 되었다. 그뿐인가. 동생들에게 팽이 깎는 법을 가르쳐 주고, 방패연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다. 동생들이나 동네의 후배들에게 놀이법을 전수해 줌으로써 건전한 전통을 잇고 여가를 풍부하게 만들어 줬다.

그래서 그런지 3C가 충족된 옛날 아이들은 ‘마음’이 무척 강했다. 회복탄력성이 강했다고 할까. 어떤 부모는 심지어 ‘부모 말 안 들으려면 나가 죽으라’는 식의 무모하고 독설 섞인 꾸중을 했지만, 그 시절 아이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이른바 정서 지능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공부나 잘한다면 모를까, 대다수 아이들은 남에게 대놓고 잘한다고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다. 자기효능감(Capable)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연계도 마찬가지다. 가족제도는 거의 붕괴 직전이다. 대가족이 핵가족화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1인 가족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정도다. 이웃과의 유대도 매우 약해 옆집에 거주하는 사람과 인사도 안 하고 지내는 도시민이 많다. 사회적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우기 매우 힘든 실정이다. 다시 말해 요즘 아이들에게는 소속감(Connected)도 충족되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자연스레 기여(Contribute)도 힘들다. 언제부턴가 자기 방 청소도 제대로 하는 아이가 드물어졌다. 요즘 아이 중 자기 가정이나 부모·형제를 위해, 우리 학교나 학급을 위해, 친구들을 위해, 지역사회를 위해, 무엇인가 기여하는 삶을 사는 청소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즉 요즘 아이들은 기여감(Contribute)도 충족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요즘 아이들은 3C가 충족되지 않는다. 이는 자존감과 소속감의 결여로 연결되고 그만큼 문제행동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아진다. 그런 환경 속에 우리 아이들이 놓여 있고, 교사들은 그런 아이들과 매일매일 뒹굴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3C가 충족될 수 있도록 교사가 노력해야 한다. 70년대처럼 자연스럽게 3C가 충족될 수 없다면, 현재를 사는 교사들에게는 인위적으로 3C를 충족시켜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기효능감(Capable)

가장 먼저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실수할 수도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좋다. 학생들은 자기는 실수를 많이 하고 남들은 실수를 적게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 실수를 하면서 산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할 수도 있음을, 실수하는 것이 절대 실패가 아님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 모두에게 자신의 실수 경험을 말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적음이 학생들의 자기효능감(Capable) 수준을 결정한다. 두려움이 없으면 자기효능감을 갖는 것을 막는 거대한 장벽이 제거된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격려가 효과적일 수 있다. “영민이가 실수했구나. 그게 뭐 대수야? 이젠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알겠지! 이 일을 통해 네가 배운 것이 뭘까 생각해 보렴.”

다음으로 행동 변화, 과거의 경험, 과정의 성공 등에 초점을 맞춘다. 교사가 학습의 결과보다 과정에 더 관심을 기울이면, 매 작은 단계의 발전을 알아차리고 칭찬할 수 있다. 어떤 교육심리학자들은 어린 학생들이 성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학생들이 행하는 모든 것이 옳다고 말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른바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학습과제를 잠시 멈추고 오늘의 성공을 음미한 다음 비슷한 과제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성공의 경험을 늘리는 것이다.

그와 함께 달성 가능한 학습 목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클리어 파일 등에 ‘내가 풀 수 있는 수학 문제’, ‘내가 읽은 책’, ‘내가 외운 새 단어·숙어’, ‘내가 배운 문법’, ‘내가 읽은 시문학’, ‘내가 풀어 본 사회 문제집 페이지 수’ 등을 적어 끼워 둔다. 마치 미술 작품을 모아 놓는 포트폴리오와 같다. 완성 파일을 절대 남과 비교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개인의 성장에만 관심을 둬야 한다. 비교의 대상은 오로지 자신의 과거일 뿐이다. 이것은 학생이 어제는 몰랐다가 오늘 새로 배운 것이 뭔지 알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완성 파일은 학부모 상담 기간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학생들의 발전을 눈에 보이게 기록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래의 성공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달에 체크리스트에서 네가 마스터한 과제물 수가 몇 개인지 보렴. 다음 달에는 얼마나 더 마스터할 수 있을까?” 이런 기대를 하고 있으면 학생들이 자신의 과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매달릴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동기부여가 된다. 다음과 같은 칭찬도 유용할 것이다. “와우, 잘했어!”, “오호! 세 권 다 읽었구나!”, “네가 해낸 거야!” 칭찬을 할 때에는 반드시 교사의 열정이 묻어나야만 한다. 또 칭찬은 구체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한다. 옆 친구와 비교하지 말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하지 말아야 하며, 오로지 학생의 현재만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소속감(Connected)

선생님 및 학급 친구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도록 해야 한다. 학급 내에서 학생이 원만한 관계를 맺도록 도와줄 수 있는 요소로 수용, 관심, 인정, 애정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것이 충족될 때 원활한 연계가 이뤄지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수용은 생김새, 말투, 스타일, 빈부격차, 다문화 가정 아이 등 모든 차이를 인정하면서 한 인간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 관심은 단 몇 분이라도 양질의 관심을 아이에게 쏟는 것이다. 서로 인사하고, 학생의 말을 경청하면서, 내가 너에게 관심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인정은 사람에 대한 인정보다는 행동에 대한 인정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철수는 참 성실하고 착하구나!”보다는 “철수는 어제 과학실 청소를 시켰더니 쓰레기통도 깔끔하게 비우고 구석구석 깨끗하게 정리정돈 했더구나!”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넷째, 애정은 문제행동을 하든, 긍정행동을 하든 상관없이 애정을 주는 것이다. 정성스런 한 마디의 말투, 머리를 쓰다듬는 애정 어린 접촉 등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느낌을 들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 등 문제행동을 저질러서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더라도 안타까운 표정과 함께 위로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 어떡하니? 좀 더 참았어야 했는데… 에이, 참….”

기여감(Contribute)

우선 학생들이 본인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학급 운영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도록 노력한다. 학급 회의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학급을 운영하도록 하고, 가능하면 학생들의 결정권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예를 들면 체험학습 장소를 선택하는데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해도 좋지만, ‘강촌 일대’, ‘수원 화성’, ‘강화도 갯벌’ 등으로 투표를 진행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협동 학습 그룹이나 학습 짝을 정해줌으로써 서로 간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다. 배우는 학생에게 도움이 됨은 물론, 가르치는 학생도 자신의 지식을 견고히 하는 훌륭한 학습방법이 됨과 동시에 자신이 친구에게 학습도움을 주었다는 기여감에 행복을 느낄 것이다. 자신이 공부한 내용의 이해도는 귀로 들었을 때는 고작 5%, 눈으로 보았을 때는 10%, 직접 손으로 해봤을 때는 20%지만, 남을 가르쳤을 때는 90%의 이해도를 보인다고 한다. 즉, 배움을 받는 친구보다 가르치는 학생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3C를 위한 모둠별 수행평가

3C 충족을 위해 수행평가를 모둠으로 할 것을 제안해 본다. 모둠별로 수행평가를 하게 되면 각각의 역할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역할에 따른 자기효능감(Capable)이 충족됨은 물론, 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해당 모둠이나 학급에 기여했음에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토론과 합의 또는 협상과 같은 민주적 절차도 배우게 될 것이고, 교사가 시킨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합의한 것이므로 자기의 역할을 끝까지 수행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실제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체육교사 김 선생님은 2학년 체육 시간에 모둠별 음악 체조를 구성해 발표하도록 하는 수행평가를 숙제로 내 줬다. 태원이네 모둠도 3~4분 정도의 음악 체조를 구성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각 구성원은 음악 준비하기, 체조 구성하기, MP3 준비하기, 스피커 준비하기, 아침 일찍 체육관 자리 맡기 등의 역할을 고루 나눠 맡았다. 한 달 동안 준비하면서 각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모두 열심히 노력한 결과 수행평가에서 A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둠 친구 중 하나는 태원이에게 “네가 좋은 스피커를 가져와서 우리 모둠이 좋은 점수를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칭찬했다. 

위 사례에서 모둠 구성 및 한 달 동안의 동반 연습의 과정이 있었고(Connected), 한 달 동안의 연습으로 멋진 음악 체조 작품을 발표할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Capable), “네가 좋은 스피커를 가져와서 우리 모둠이 좋은 점수를 받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칭찬을 듣게 됐다(Contribute). 모둠 활동을 통한 수행평가를 통해 3C가 모두 충족된 것이다. 

수행평가 외에 학급 운영을 위한 1인 1역도 좋다. 모든 학생에게 한 가지의 역할을 줌으로써 무기력한 학교, 학급 생활에 활기를 줄 수 있다. 적절한 하나의 역할을 줬을 때 뜻밖에 자신의 역할에 몰두하는 학생도 많다. 무엇보다 1인 1역의 시행으로 자기효능감(Capable), 소속감(Connected), 기여감(Contribute) 모두 충족될 수 있다.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