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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교사·학생이 만들어내는 예술!

'보고, 나누고, 쓰며 전문성 키웁니다.'



경기도중등수업비평교육연구회



영화, 미술, 문학 등 다양한 지적 활동 분야에는 전문 평론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비평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논하며 전문성을 키워가고 있다. 최근 공교육 내에서도 수업비평이 주목받고 있다. 보수적, 폐쇄적인 한국 공교육 특유의 환경을 벗어나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품질 좋은 수업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수업비평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도중등수업비평교육연구회의 연구위원들을 만나보았다.

수업비평 문화 확산에 힘 쓴다
경기도중등수업비평교육연구회의 모임이 있었던 지난해 11월 30일 수원 태장고 교실로 노트북과 유인물을 든 교사들이 하나씩 들어온다. 월례 워크숍에 모이는 연구위원은 30명 안팎으로 교실을 가득 메울 정도의 인원이다. 지금은 지역교육청으로부터 개설, 통과된 공식적 지회 4개와 자체적인 지회 4개로 총 8개의 지회를 가지고 있고, 회원도 300명이 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 윤갑희 회장(안산 신길고 교장)의 설명이다.

“2009년 수업 개선에 뜻을 같이 한 세 명이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경기도교육청의 NTTP 교과교육연구회 출범에 발맞춰 수업혁신을 위한 경기도중등수업비평연구회를 창립한 거죠. 그게 점점 더 커져서 연구회원도 늘고 지회도 생겼어요.”
연구회가 커지면서 하는 일도 늘었다. 연구위원들은 월례 워크숍을 열어 수업보기와 비평을 하고, 수업비평과 관련된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는 등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또 연구회원이나 타 교사들의 수업 전문성 함양을 위해 교과연수년 연수와 세미나, 지회와 함께하는 수업보기 등도 개최한다.
“2013년도의 경우 5월 11일 성남지회, 10월 19일 군포지회에서 ‘지회와 함께하는 찾아가는 수업보기 프로그램’을 열어 수업보기 행사를 했어요.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 행사에 각각 100여 명의 교사가 참여했죠. 60시간 직무연수 프로그램의 경우 1학기에는 성남과 고양에서, 2학기에는 수원, 부천에서 열었어요. 일반 수업과 관련된 유명한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연구위원이 직접 강의에 나서기도 해요. 미술관 관람이나 연극을 보고 작품을 비평하는 문화시간을 갖는 등의 커리큘럼을 짜서 진행했어요.”
연구회에서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장중심적 수업혁신 방법론 정립과 수업비평문 쓰기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단위학교를 중심으로 수업비평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한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 역량 강화를 위해 컨설팅을 필요로 하면 찾아가는 연수로 현장 교사들의 수업 개선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2012년에는 단위학교로 찾아가는 연수를 21회, 2013년에는 40회를 실시해 1700여 명의 교사들에게 수업비평을 알렸다.

비평 통해 분석, 반성하며 실력 키워

그렇다면 수업비평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수업비평은 동영상 촬영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업을 공개하기로 한 교사가 본인의 수업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동료 교사들은 공개 영상을 보며 관찰에 들어간다.
“수업비평은 일종의 ‘수업보기 방법론’이라 할 수 있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수업 공개에 대한 자발성이죠. 우리 수업문화는 폐쇄적이어서 가르치는 경험을 공유하려는 태도가 부족해요. 내 수업을 다른 교사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수업을 하나의 비평 소재로 놓고 수업을 공유하고 비평을 나눠보려는 교사의 자발성이 가장 중요해요.”
태장고 이지훈 교사가 준비해온 고등학교 1학년 문학시간의 동영상이 화면에 나오자 연구위원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학생들이 어느 순간에 배우고 어느 순간 배움에서 멀어지는지, 교사가 학생 한명 한명에 모두 대응을 하는지, 협력적인 배움이 일어나는지, 교사의 발문과 교재 수준까지 모든 요소들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이 이뤄진다. 다 같이 수업 동영상을 보며 일차적인 분석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전사 작업에 들어간다.
“1시간 분량의 수업을 모두 전사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골라서 하거나 1인당 1분씩 파트를 나눠서 하고 있어요. 전사 작업을 하면 교사가 하는 말을 전체적으로 알 수 있고, 학생이 얼마나 참여했는지가 보이죠.”
굳이 힘들게 수업의 모든 말들을 다 쓸 필요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지훈 교사는 “전사 작업을 하면 수업보기 때 못 봤던 부분을 찾을 수가 있다”며 “동영상을 볼 때와는 달리 더 자세한 수업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사 작업까지 모두 마치면 연구위원들은 수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수업비평은 최근 열풍처럼 일고 있는 배움중심수업의 궁극적 목표와도 일맥상통하는 일이라는 것이 연구위원들의 설명이다.
“수업비평은 기존의 표준화된 수업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어요. 과거에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우수한 교사로 보았지만 지금은 달라요. 학생 중심의 수업, 학생 개인차와 수준에 대한 고려 등 원하는 교사상이 바뀌고 있죠. 이런 변화에 발맞추려면 교사가 바뀌어야 해요. 사회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데, 수업환경은 느리게 변화되면 안 되잖아요?”

수업보기와 비평의 활동을 반복하면 교사는 자신의 수업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길러진다고 한다. 수업에 본인 스스로의 분석과 제3자의 비평을 통한 성찰이 이뤄질 때 비로소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또 타인의 수업 방식을 보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수 수업 사례를 발굴하고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것이 좋은 수업인지, 누가 좋은 실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문성의 성장을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질 좋은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이 수업비평의 목적이다.

긍정적 비평 통해 동반성장
수업비평에서는 수업이 하나의 예술성을 갖고 있다고 본다. 학습자들의 이성과 감성이 통합된 심미적인 수업으로 학생들이 지식 쌓고 이를 삶 속에 녹여내는 과정이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은 수업비평을 하다가 감정싸움이 생기지는 않느냐는 오해를 하곤 한단다. 이런 오해는 전적으로 ‘비평’이라는 용어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게 장문경 교사 (시흥 월곶중)의 설명이다.
“비평과 비판을 혼동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비평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같이 보는 것인데 말이죠. 게다가 저희는 수업자와 관찰자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을 많이 봐요. 차갑고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따뜻한 비평이 주를 이루죠.”
이렇게 수업보기와 비평을 거치고 나면 교사들은 각자 깨달은 바를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수업 방식을 바꾸고, 본인의 문제점을 고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업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수업혁신은 교사의 자발성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 땅의 모든 교사가 자발성을 가지고 수업에 관한 자존감을 확고히 해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수업시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모든 교사가 수업 예술가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우리들의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보다 발전적으로, 전문적으로 나아가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회 회원들. 연구위원들의 노력과 수업비평이 이뤄내는 결과물들은 이미 교실현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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