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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적 역량 키우는 '다중지능연구회'

하얀 용기에 키친타월을 깔고 땅을 다진다. 여기에 아이들이 콜라비와 브로콜리 씨앗을 하나씩 조심스레 심고 물을 준다. 용기 뚜껑을 닫으면서 아이들은 “씨앗아, 잘 자라줘”라고 말한다. 교사는 씨앗이 자라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아이들의 마음가짐을 다독인다. 식물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까지 보듬는 이곳은 다중지능연구회 수업현장이다.


학생의 ‘강점지능’ 찾아주는 교사모임

미국 하버드대학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의 지능을 IQ와 같은 한 가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1983년 다중지능이론(The Multiple Intelligence Hypotheses)을 제시했다. 다중지능이론은 인간의 지적 역량을 언어·논리수학·음악·공간·신체운동·대인관계·자기이해·자연탐구라는 8개로 분류하면서 각각의 지능은 사람에 따라 다르며 8개 지능 모두가 완벽하게 높은 천재는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는 재능이 하나 이상은 있다는 말이다.
종래의 획일적인 지능관에 맞서며 등장한 이 이론에 공감하면서 시작된 교사모임이 바로 ‘다중지능연구회’이다. 다중지능연구회는 2006년 김종순(고성 거성초) 교사를 주축으로 출범했는데 현재 속초, 양양, 고성지역 초등학교 교사, 유치원 교사, 방과후 강사 10여 명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이라고 하면 매우 낯설게 느껴지죠? 그런데 쉽게 말하면 다중지능은 교육방법이자 철학이라고 보면 돼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 각각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철학 말이에요.”
현재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임순(속초영랑초) 교사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면서 교사 자신이 먼저 변화된다고 말한다.
“모든 교사들이 교실에 있는 아이들 개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주 그것을 잊고 살아가죠. 모임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부분을 일깨우게 돼요. 아, 맞다! 용수는 수학은 잘 못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아영이는 체육활동은 어려워하지만 친구들을 잘 도와주지! 이렇게 교실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쳐나가게 되는 것이죠. 자연스럽게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있음을 발견하면서 저 자신이 변화되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고, 보는 시각이 달라지니까 칭찬과 격려, 지도방법도 달라지더라고요.”

다중지능연구회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는 교사 자신이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니까 학습능력이 조금 부족한 학생을 대할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이 먼저 교사의 마음가짐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초창기에는 다중지능이론을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동료 교사와 학교, 생활지도 등에 적용하는 사례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어요.”
백종현(양양조산초) 교사는 모임의 활동이 다양한 교육활동과 연계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중지능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재 이 모임은 크게 다섯 가지의 주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연구, 교실에 적용하는 방법, 독서교육과 접목한 사례연구, 교사연수, 학부모연수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10여 명의 회원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고 총 2팀으로 나눠 매월 두 차례의 모임을 가지면서 교육적 연계를 위한 연구를 추진해나가고 있다.

가능성 여는 진로교육과 학부모교육
교육적 연계 부분에서 이 모임이 가장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은 진로교육이다. 이 모임의 진로교육은 현재 학교현장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과는 조금 다르다. 이들 진로교육의 최종 목표는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또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에 집중하는 진로교육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는 다르듯, 끊임없이 변하는 나를 어떻게 정의하고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학생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2011년에는 강원도교육지원청 주최로 실시된 진로교육에 초청받아 컨설턴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중지능이론을 바탕으로 한 진로교육 컨설팅은, 컨설팅을 의뢰한 학교와 학생을 직접 찾아가 진로교육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과 진로적성검사, 강점지능과 관련된 직업의 종류, 직업별로 요구되는 강점지능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학교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매년 진행할 예정이다.
진로교육 컨설팅 외에도 이 모임은 교과지도에 활용할 수 있는 학습지, 활동과정안 등 다중지능이론 프로그램 컨설팅에 대한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다.

“다중지능이론을 교과 과정에 어떻게 녹이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세요. 일단 교실에 20~30명의 아이들이 있어요. 생김새나 좋아하는 것이 모두 다른 아이들이죠.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도 있고 대인관계지능이 높아서 선생님을 따르는 아이도 있고 신체운동지능이 높은 학생도 있어요. 먼저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과 약점지능을 파악하여 강점지능을 프로젝트화 하는 방법이 있어요. 하루 동안 8가지 지능을 모두 활동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을 기록해 두는 것이죠. 예를 들어 하루 동안 국어, 미술, 수학, 실과 등의 과목을 공부한다면 교과목 특성에 따라 지능을 파악할 수 있어요. 하루의 교과활동을 통해 경험하지 못하는 지능이 있다면 교과목 중에 의도적으로 그 지능과 관련된 활동을 넣는 방법도 있어요. 이렇게 하면 아이들 개개인의 강점지능을 파악해 강점지능이 비슷한 아이들을 모둠으로 묶어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져요. 이렇게 수업하면 수업의 효과는 물론 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게 나와요.”
컨설팅을 할 때 김 회장이 강조하는 부분은 아이들 개개인의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 하지만 8가지 지능에 대한 개인의 능력은 지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평가결과에 집착해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한 해 동안 100여 명의 교사들이 다중지능연구회를 찾아 교사연수를 받았다.
김 회장은 “교사연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의 장점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인데 교사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각기 다른 아이들의 장점을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사연수에서 강조한 것이 교사의 마음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중지능연구회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교육 못지않게 가정교육도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다중지능과 자녀교육’이라는 주제로 2시간씩 총 5회에 걸친 학부모연수도 실시했다. 학부모들에게 다중지능이론을 소개하고 다중지능이론에 입각한 진로지도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시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실시한 학부모연수는,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병아리 부모 되기, 올챙이 부모 되기, 벼농사 짓기 등의 방법을 제시하면서 결과보다는 과정상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느끼고, 또 그 마음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법을 체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알려주었다.
다중지능, 인식 전환으로 돌파구 찾길
이 모임은 2012년 교과연구회로 등록되면서 운영에 따른 지원금을 교육청으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교수다중지능과정이 도입되면서 다중지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학교 현장에서는 인식이 많이 부족합니다. 컨설팅을 가면 많은 교사들이 물어봅니다. 언제 다중지능검사를 하는 것이 좋으냐고요. 다중지능검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진로적성검사는 6학년이 적기입니다. 그런데 다중지능검사비용이 1인당 1만5000원으로 모든 학교급별로 실기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김종헌(속초영랑초) 교감은 다중지능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김 교감은 추후 그가 교장이 됐을 때 공교육과 독서·진로교육을 접목한 특화된 교과과정을 추진하는 미래학교를 계획·준비하고 있다. 다중지능의 가능성과 효과를 실제 그의 두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이 모임은 2월 워크숍을 시작으로 진로교육, 교사연수, 학부모연수, 컨설팅장학까지 2013년 활발한 교육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다중지능이론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다지면서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법을 모색하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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