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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SSAM BAND입니다’

“Fly, 날개를 펼쳐 봐 / 하늘만 바라 봐 / 용기 낼 수 있다면 넌 할 수 있어 / 날아가는 새들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가고 싶어 / 파란 하늘 아래서 자유롭게 / 나도 따라 가고 싶어~”

지난 10월 19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진로박람회가 열렸다. ‘나침반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주제로 3일간 열린 행사 둘째 날, 중년의 남성들이 무대에 올라 FT 아일랜드의 ‘새들처럼’을 열창했다. 속사포처럼 빠른 랩 부분에서는 호흡이 채 따라가지 못해 실수도 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무대 위에서 열창하는 이들에게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아낌없이 보내고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한다. 평균 나이 56세, 밴드 경력 3년차 열정이 넘치는 샘밴드를 만났다.


 ‘우리는 SSAM BAND입니다’

2010년 8월 결성된 8인조 샘밴드는 여느 밴드와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교장, 교감, 장학사, 교사로 구성된 선생님 밴드라는 점이다. 그래서 밴드 이름도 선생님을 줄인 요샛말 ‘샘’을 붙여지었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를 운영하다보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습의욕이 낮은 학생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학교가 얼마나 즐거운 곳인지 알려주고 싶어서 실용음악실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악기와 음향기기 등을 준비해서 밴드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기타나 피아노는 다들 연주할 줄 아는데 드럼을 연주해 본 학생은 없더라고요. 또 시골 학교라 강사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제가 인터넷 강좌를 보고 드럼의 기초를 배우면서 학생들을 가르쳤어요. 밴드에 대한 생각도 이때 구체화됐죠.”
밴드 단장을 맡고 있는 이상준(청주남중) 교장은 바쁜 학교생활에도 틈틈이 드럼을 배워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이후 대학 동문 모임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김옥현(원봉중) 교장과 기타를 치는 연준흠(미원중) 교장을 만나 자연스럽게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해에는 동문 모임에서 연주를 해보자는 데 생각을 모았다. 그러면서 악기 연주에 취미를 가진 동료 교사들을 수소문해 건반에 하재주(충북예술고) 교감, 기타와 보컬에 윤인중(서현중) 교감과 지선호(충청북도교육청) 장학사, 색소폰에 한남수(충청북도영동교육지원청) 장학사, 베이스에 전오성(청주여고) 교사 총 8명이 모여 정식으로 밴드를 결성했다.
물론 처음에는 가족들을 초청해서 여는 소규모 연주회가 주를 이뤘다.
“밴드 활동은 젊은 시절 간직했던 꿈이었어요. 늦은 나이에 그 꿈을 이루게 됐으니 마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 같아 너무나도 신나고 즐겁죠.”
전오성 교사의 말이다. 샘밴드 회원들은 매주 토요일이면 연습실로 모여 코드를 맞추고,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서 실력을 쌓는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처럼 이들은 자발적인 참여로 매주 반복되는 연습을 즐기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면서 연주자의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돼 이제는 이들을 찾는 무대도 제법 많아졌다.

음악을 통한 나눔, 학부모 상담과 이웃 섬김
샘밴드는 지금까지 20여 차례 이상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다. 진로박람회를 비롯해 단재교육연수원 교감연수자를 위한 초청연주회, 충청북도 교사동아리축제, 좋은학교박람회, 공주대학교 공문모임 등 여러 교육단체로부터 10여 차례가 넘는 초대도 받았고 청주 KBS ‘문화현장’, 청주 MBC ‘생방송 전국시대’ 등의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교원들로 구성된 밴드이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은 ‘교육관련 행사 및 연주회’에 집중되어 있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포함해 직접 학부모를 찾아가는 야외 공연, 교직원 연수의 일환으로 열리는 작은 음악회 등이 이들 활동의 중심에 있다.
이들은 충청북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특별사업으로 추진한 ‘소통애(愛)길 콘서트’에 초청받아 참여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초청해 학부모 교육을 할 때는 주로 공부를 잘하는 모범학생의 부모님이나 학부모 활동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껴 학교에 잘 오지 않는 학부모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즐거운 공연을 제공하고, 자녀 교육에 대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사업에 샘밴드가 적합하다고 인정을 받으면서 3회에 걸친 콘서트를 도맡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소통애(愛)길 콘서트’는 지난 7월 1일 대청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콘서트를 시작으로 15일 오창 호수공원, 27일 영동야영장 등에서 연이어 열렸고 학부모는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초청해 공연과 함께 자녀교육상담, 진로진학상담 등을 하는 토크콘서트로 이어졌다.
“학교 밖에서 교사를 만나 이야기하기가 힘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교사는 물론 교감, 교장, 교육청 소속 장학사까지 한꺼번에 만날 기회니까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어요. 음악도 즐기고 덤으로 학업상담과 진로상담까지 가능한 콘서트는 많지 않죠.(웃음)”
“공연 중에 드럼 채를 놓치거나 악보 위치를 혼동해서 연주가 잘못되는 등 실수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머리가 하얗게 센 교장, 교감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 밴드라고 강조해 말하죠. 높은 수준을 기대하시는 것은 무리라고요. 그러면 관객들은 더 큰 소리로 응원해주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요.”
색소폰을 맡고 있는 한남수 장학사와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지선호 장학사의 말처럼 ‘소통애(愛)길 콘서트’에 대한 학부모와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더불어 샘밴드는 교육과 관련된 연주 외에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나눠주자는 활동 취지에 따라 장애인, 부랑인,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시설에 찾아가 공연을 하고 있는 것. 특별히 지난해 11월에는 꽃동네를 찾아가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곡들을 선별해 들려주고, 또 즉석에서 신청하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의 마음을 나눈 따뜻한 시간을 가졌다.

음악으로 하나 되다!
엄숙한 교감, 교장 선생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이 모임이 갖는 장점 중 하나다. 3년 전 밴드를 결성한 이후부터 샘밴드 회원들은 학생들과 함께 밴드활동을 하고, 학교 축제 때는 빠지지 않고 무대에 올라 연주하면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됐다.
연준흠 교장은 “연주를 통해 학생은 물론 교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이라면서 이는 학교 운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털어놨다. 또 여러 악기가 서로의 소리를 이해하고 음의 조화를 만들어야 아름다운 연주가 가능한 만큼 밴드 연주자 간에 이해와 협동, 우의를 돈독히 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밴드는 여러 악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죠. 그래서 자기가 연주하는 악기 외에도 음악이론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어요. 덕분에 실력이 날로 신장되는 걸 느껴요.” 이상준 교장처럼 자기계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모임이 낳은 효과로 꼽을 수 있고, 바쁜 교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교육활동과도 연계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밴드 활동의 효과이다.
이 모임은 앞으로도 아마추어 밴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교육관련 행사나 주변 이웃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 위주로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조금은 부족한 실력이라 가끔씩 실수도 하겠지만, 밴드에서 중요하지 않은 악기가 없듯 우리 주변에 소중하지 않은 학생, 학부모, 교사 더 넓게는 이웃은 없다는 생각으로 속 깊게 주변을 살피면서 감성을 울리는 연주를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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