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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교사야구모임 'DECA'


땅을 촉촉이 적시던 장맛비가 멈추고 다시 따가운 여름 햇살로 무더운 날씨가 시작된 7월 7일 오후, 파주에 위치한 문산중학교 운동장에서는 야구시합을 앞둔 두 팀이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데카, 데카, 파이팅!”
시합을 시작하기 바로 전, 상대 팀보다 연령대가 좀 있어 보이는 선수들과 그 파이팅 외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프로선수만큼 진지한 눈빛을 보이며 몸을 풀더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입에 문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첫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바로 파주시 교사야구모임 ‘DECA’다. 투수가 던진 스트라이크 하나에 환호성을 지르고, 실수를 해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는 선수들. 공수교대를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선수들의 표정은 경기 내내 천진난만한 얼굴이었다.

DECA의 품격, 즐거움을 나누다
이들 DECA에게 야구란 숫자 ‘10’이다. 9명이 하는 야구에 그들의 열정과 애정이 더해져 ‘10’이 된 것이다.
“사실 deca는 라틴어로 10을 뜻하는 단어에요.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는 9명의 선수와 즐거움을 함께하자는 의미로 9에서 1을 더해 10이라는 의미의 팀명을 정하게 됐어요. 그 1에는 저희에게 가장 소중한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 우리가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도와주는 가족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희에게 야구란 ‘10’인 거죠.”
DECA의 창시자인 나병선 교사(파평중)의 말이다.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나병선 교사는 원래 지역 내 다른 사회인야구단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산중학교에 부임하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다른 교사들과 함께 2010년 2월 말 처음으로 교사야구모임 DECA를 결성했다. 김운상 문상중 교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작한 DECA는 문산중 야구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다른 학교 교사들의 참여로 현재는 파주 지역 10개 중학교 21명의 인원이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 모임의 주 목적이라 승리보다 화합을 중요시하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없었던 터라 바로 대회에 나가거나 경기를 할 수는 없었다. 대신 매월 홀수 토요일에 모여 기초를 닦는데 1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처음 출전한 2010년 파주 윈터리그. 그들은 5할의 승률을 거두며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첫 대회를 마쳤다. 평균 나이 40살, 야구를 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즐긴 덕분이다.

‘야구’, ‘교사’ 노하우를 배우다
프로선수는 아니지만 DECA 선수들은 거의 매일 개인훈련을 한다.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는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실력을 갈고 닦는다. 또한 매주 수요일이 되면 시간이 되는 선생님들은 문산중에 모여 자체적으로 팀 훈련을 실시한다.
운동을 하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사연과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물론 학교생활과 학생들 지도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야구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해 초창기에는 학교 얘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을 정하기도 했지만 천생 교사인 그들이어서일까, 야구모임 안에서 학교 얘기는 자연스럽게 대화의 공통 주제가 됐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런 자연스러운 대화가 스트레스가 아니라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의 규칙을 없앤 상태다.
우익수를 보고 있는 막내 추상용 교사(문상중)는 “경험이 많은 40대와 50대 선배 교사뿐 아니라 팀의 주축을 이루는 30대 교사들에게 교사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고 있다”며 “모여서 야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선배 교사의 교직 경험도 공유할 수 있어 DECA의 일원임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DECA는 훈련을 하며 야구에서 필요한 기술과 열정을 배우는 동시에 교사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학생지도와 교수방법, 교사에게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선배 교사들이 파주 지역 중·고등학교에 골고루 분포해 있기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는 데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선배 교사들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고는 해요. 자신의 중학교에서 인근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그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요.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DECA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포수를 맡고 있는 김형수 교사(문산중) 역시 DECA 자랑을 하며 DECA에 대한 교사들의 애정을 과시했다.

공 하나로 아이들과 소통
DECA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한 야구기술 덕에 교사로서의 영역을 확장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형편없는 실력이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의 방과후수업과 동아리 활동의 지도교사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회원들은 학교에서 방과후야구반 운영, 개발활동, 체력단련 등 각자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야구를 통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민감한 청소년들이 교사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공을 던지고 받고, 이렇게 야구를 하고 야구반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먼저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함께 땀을 흘리면서 아이들 속에 담아 둔 얘기도 듣고 학교 부적응학생의 적응도 도울 수 있었어요. 야구는 아이들과 소통하기에 참 좋은 도구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에 아이들과 늘 야구를 한다는 DECA 에이스 배삼식 교사(동패중)의 얘기다.
유격수를 맡은 하경우 교사(지산중)도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이 매일같이 찾아와 야구를 하자고 한다”며 “자신의 진로나 고민을 어렵지 않게 얘기하는 아이들도 있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야구를 하러 오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부분 때문에 그런지 DECA를 부러워하는 동료 교사들도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회원들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야구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기회와 사제지간의 소통의 자리를 제공한다. DECA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문산중에서는 이런 DECA 회원들의 활동과 방과후 야구반 등을 통해 스포츠를 통한 인성교육을 실시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겠다는 계획도 마련 중이다. 단지 야구를 할 뿐이지만 DECA는 이를 통해 건전하고 바람직한 학교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꿈의 구장을 그리다
현재 DECA는 3월부터 시작된 고양시 생활야구리그인 GBA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13개 팀이 한 조로 편성된 리그전에서 1승 3패로 조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큰 걱정은 없다. 다른 팀보다 연령대는 높지만 열정과 노력만큼은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팀에서 최고참이라는 최종무 교사(동패고)는 “야구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아이들과 야구를 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바람”이라며 DECA의 포부를 밝혔다.
팀원들은 DECA가 파주시에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참여하는 모임 중에서 가장 충실히, 모범적으로, 많은 교사들이 참여하는 대표 동아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규모는 물론 질적인 면에서도 꿈의 구장을 그리는 DECA의 회원들. 발족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는 신생 모임이고, 다른 교사모임이나 사회인야구팀보다 연령대가 높은 편이지만 그들의 열정이 있기에 10년, 20년이 지난 후 DECA라는 이름이 야구인과 교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그들의 꿈이 그라운드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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