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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나눔으로 따뜻한 연말 보내요”

음식 만들어 경로당에 배달한 경기 대부고
100원씩 쌈짓돈 모아 기부한 서울 한서초
“나누면 스스로가 행복해진다는 것 깨달아”



전국 각지 학교들이 나눔과 기부로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 가정에 배달한 학교, 1년 동안 쌈짓돈을 모아 불우이웃에 전달한 학교, 아프리카 저체온 신생아를 위해 손수 모자를 떠서 보낸 학교 등 방법도 다양했다.

“선생님~! 아무래도 맛이 좀 이상해요.”
“그래? 아이쿠, 이런! 액젓이 빠졌네! 얼른 넣자.”

22일 오전 경기 대부고 가사실. 상큼한 귤을 갈아 넣은 백김치와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부추전, 호박전, 버섯전까지 학생들이 요리에 한창이다. 재료를 썰고 전을 뒤집는 솜씨가 아직 서툴지만 음식을 예쁘게 담아내는 손길에서 정성이 묻어난다.

1~2학년 12명의 여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나눔한스푼’은 이처럼 격주에 한번 각종 반찬을 만들어 인근 노인정과 독거노인 가정에 직접 배달하고 있다. 이날도 학생들은 완성된 음식을 포장해 마을회관을 찾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하게 산타모자도 썼다. 회관은 마침 동지(冬至)를 맞아 동네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팥죽을 끓이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아이고 기특해라, 학생들 앉아서 팥죽 먹고가~”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다. 정성스런 상을 받은 어르신들은 따끈한 팥죽을 내왔다. 함께 둘러 앉아 서로 준비한 음식을 먹는 동안 어르신들은 학생들의 등을 연신 토닥였다. 이칠자(73) 할머니는 “손주같은 학생들이 이렇게 매번 음식을 만들어 찾아와주니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음식 준비에도 큰 정성을 들인다. 현공숙 지도교사는 “배추나 상추, 양파 같은 농작물은 학교 옆 텃밭에서 직접 길러 사용한다”며 “자신의 고장에 애착을 갖고 어르신들과 교감을 쌓는데 음식만한 매개체가 없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했는데 음식을 드시고 맛있다, 고맙다고 해주시면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나눔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어요.”(한진희, 1학년)




같은 날, 서울한서초 6학년 1반 학생들도 한 해 동안 이어온 나눔의 결실을 맺었다.

19명의 학생들이 1년 동안 꾸준히 모금한 성금 10만310원을 서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에 찾아가 직접 전달한 것. 재활용품을 활용해 만든 저금통을 교탁에 놓고 100원, 200원씩 생각날 때마다 넣었다.

대표학생 3명과 류아인 교사가 재단에 도착하자 임신혁 홍보실장이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임 실장이 “소중한 성금이 어디에 쓰였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학생들은 “어려운 사람에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마음이었는데 다음부터는 좀 더 확실한 목표를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임 실장은 “학생들의 이런 마음이 정말 고맙고 감동적”이라며 “정성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좋은 곳에 쓰고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매일 천천히 하다 보니 어느새 큰돈이 됐어요. 기부에 엄청난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님을 알았어요. 어린이재단 본사에 가서 직접 전달한 것도 신기했어요. 오늘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김미서, 6학년)

‘어울림 나비채(나눔‧비움‧채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활동은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서로 달라 생기는 오해와 편견을 비우며, 함께 행복을 채워가자’는 의미다. 6학년 학생들은 이밖에도 ‘마을과 함께하는 간식장터’ 행사를 통해서도 기부에 참여했다. 근처 아현시장을 답사 한 후 팀별로 컵밥과 와플, 파스타 등을 팔아 수익금 20만2400원을 개개인의 이름으로 사랑의 열매에 전달한 것이다.

한편 경기 포천초 6학년 3반 학생들은 10일, 아프리카 저체온증 신생아들에게 한 달 동안 만든 모자를 보냈다. 처음 배우는 뜨개질에 코도 자주 빠트리고 어설프게 짜서 풀고 새로 짜기를 반복하면서 어렵게 완성했기에 보람은 더욱 컸다. 숙달된 여학생들은 3개씩 만들기도 했다. 김이삭 군은 “우리들의 작은 실천이 어려운 지구촌 이웃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는 것이 기쁘다”며 “이다음에 아빠가 되면 제 손으로 아기에게 모자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송희 교사는 “학생들이 모두 완성해 택배로 보내면서 큰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봤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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