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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고교에선 못한다고? 우리는 예외!

<인성교육, 수업 개선부터>
④경기 퇴계원고의 변신


교과별로 2단원 이상 재구성
일방적인 주입 대신 활동 중심
모든 교원 연 2회 수업 공개도
“人性수업, 입시·진로에 큰 도움”


지난 6일 경기 퇴계원고. 겨울방학에 들어간 학교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적막이 흐르던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교사들. 한 교실에 모여 앉은 교사 19명이 토론에 한창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진행한 수업을 평가하고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오후 2시쯤 시작된 회의는 두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설향기 교사는 “2014학년도 부서별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2015학년도 교육활동 운영 계획을 세우는 부장단 워크숍이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교원들은 부장단 워크숍을 시작으로 겨울방학 내내 교육과정 재구성에 힘을 쏟는다. 같은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끼리 조직한 연구회를 중심으로 단원별 분석에 들어간다. 협동, 프로젝트, 토론 등 적절한 교수·학습 방법을 고민하고 다른 교과와 연계가 가능한지 살핀다.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더한 후에야 지도안이 완성된다. 우수한 수업 지도안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동료 장학도 진행한다. 두 달도 채 안 되는 방학 중에도 수업 연구의 열기가 뜨거운 건 인성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의 의지 덕분이다.

사실 퇴계원고는 진로교육에 일가견 있는 학교였다. 다양한 교내 대회와 프로그램을 운영,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진로를 설계하도록 도왔다. 설 교사는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인성교육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입시를 코앞에 둔 고등학교에서 따로 인성교육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인위적으로 가르치지 않고도 인성을 길러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친구와 팀을 이뤄 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배려, 협동심을 배우는 모습이 목격됐거든요.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에 인성 요소를 접목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교육과정 안에 인성교육을 녹여내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새 학년이 시작되기 직전 방학을 연구 기간으로 삼았다. 현재 퇴계원고에 재직 중인 교원은 물론 새로 부임할 교사들까지 참여했다. 입시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과목별로 최소 2개 단원 이상을 재구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일 년에 두 번, 모든 교사가 수업 공개에 나섰다.

어려움도 있었다. 특히 학기 중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빠듯한 학사 일정 때문에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정렬 교장은 “한 달에 한 번 교과 협의회와 학년 협의회를, 학기마다 한 번씩 ‘교과연구회의 날’을 운영했다”면서 “교과별·학년별로 프로그램을 구안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 수업이 활성화 됐다. 팀을 이뤄 교사가 제시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학생이 수업의 중심이 된 것이다. 덕분에 각종 학교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도 점점 늘어났다. 수업 집중도도 높아졌다. 류 교장은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서 “학습 태도가 좋아지면서 학력도 향상됐다”고 했다.

“다른 학교에서 전근 온 교사들이 하나같이 ‘퇴계원고 학생들은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누구보다 학교를 사랑하고 교사를 존경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요. 교사가 강제하지 않는데도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겠다는 신청자가 줄을 잇는 점도요. 인성교육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했을 뿐인데 학교 분위기는 물론 입시, 진로까지 일석다조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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