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THE EQUALIZER.

2020.11.05 10:30:00

금리란 뭘까?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으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립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회사채 이자율은 올라가고, 회사채 가격은 내려갑니다. 만약 내가 카드값을 제때 갚지 못하면 연체이자율이 적용됩니다. 세상 모든 것의 값을 결정하는 균형자(EQUALIZER)는 바로 이 ‘금리(INTEREST)’입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습니다. 그럼 물가가 오릅니다. 수요보다 넘친 돈의 양만큼 정확하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돈의 양은 그대로인데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모든 사람의 주머니가 가벼워집니다. 그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결정합니다. 시장의 돈을 흡수하는 겁니다. 요즘은 이렇게 합니다. 중앙은행이 매주 한 번씩 시중은행에 채권을 파는 시장을 엽니다. 이 채권의 금리를 올립니다. 1%였던 금리를 2%로 올렸다면, 이제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으로부터 더 비싼 값으로 돈을 융통해야 합니다(이렇게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에 맞게 조금씩 금리를 조정해 나간다). 더 높은 이자율로 돈을 조달해온 시중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줍니다.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반면 이자율이 올라가면 은행에 예금을 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돈이 자꾸 은행으로 흡수됩니다. 돈이 부족하면 재화나 서비스의 수요가 줄어듭니다. 손님이 줄어듭니다. 운동화 가격이나 미용실 가격이 떨어집니다. 시중 물가가 내려갑니다. 이렇게 물가를 잡습니다. 이게 원래 중앙은행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자꾸 가라앉습니다. 자꾸 가격이 내려갑니다. 디플레이션 조짐이 보입니다. 그럼 공장은 생산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합니다. 그럼 중앙은행은 이번엔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돈을 더 공급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시중은행은 더 싸게 돈을 융통하고, 이제 대출 이자율은 그만큼 낮아집니다. 그럼 오랫동안 치즈핫도그 가게를 계획하고 있던 마이클의 이자부담이 줄어듭니다. 마이클이 결국 치즈핫도그 가게를 오픈합니다. 동네주민들이 월 100만 원어치씩 치즈핫도그를 사 먹습니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 됩니다. 그렇게 경기가 살아납니다.

 

아무리 돈을 찍어내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물가

마이클이 100만 원 매출을 올리면 대한민국의 GDP가 100만 원 정도 올라갑니다(만약 다른 주변 식당의 매출이 핫도그로 인해 떨어지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소비가 늘면 이렇게 다 같이 부자가 되는 겁니다. 돈을 풀면 은행의 곳간에도 돈이 쌓이고, 은행은 그럼 예금 이자율을 낮춥니다. 순댓국장사로 돈을 많이 번 레이첼은 예금을 하는 대신 그 돈으로 미뤄왔던 피아노를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소비가 더 늘어납니다. 경기가 좋아집니다. 미용실 원장님은 가격을 올립니다. 이렇게 디플레이션을 막아냅니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원래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파티 그릇을 치우는 사람(Take away the punch bowl just when the party is getting started/윌리엄 맥체스니/9대 연방준비위 의장)’입니다. 한참 분위기가 좋을 때 ‘이제 집에 갈 시간입니다’며 분위기를 깨는 역할입니다. 경기가 뜨거워지고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면, 시중에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지난 100여 년 동안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였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좀처럼 물가가 잘 오르지 않습니다. 양적완화로 중앙은행이 아무리 돈을 찍어내도 물가가 조금 오르다 맙니다. 그러자 각국 정부는 이제 마음 놓고 더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냅니다. 그래도 경기가 자꾸 가라앉습니다. 그러자 이제 중앙은행은 물가를 올리는 기관으로 변해갑니다. 미 연방준비위(FED)는 급기야 2023년까지 기준금리를 ‘0’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돈값을 받지 않을 테니 누구든 돈을 더 빌려 가라고 외치는 겁니다.

 

모든 재테크의 시작점에 ‘금리’가 있다

수십 년 동안 물가 안정이 정책목표였던 우리 한국은행도 몇 해 전부터는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소방관이 불을 붙이러 다니는 것과 같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물가를 2% 정도 올리는 것을 목표(Inflation Targeting)로 하고 있습니다.

 

금리는 이렇게 우리 시장을 식히거나 뜨겁게 합니다. 이자를 결정하고 그래서 결국 수익률을 결정합니다. 그러니 모든 재테크의 시작점에 ‘금리’가 있습니다. 금리는 우리 일상 곳곳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만약 내가 신용이 좋다면 은행은 2%대로 신용대출을 해줍니다. 하지만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은 대출이자율 10%에도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은행은 약자에게 큰 이익을 보고 강자에게 조금의 이익을 본다. 아주 약한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은행은 ‘이자율’이라는 장치로 시장의 신용을 평가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용이 좋은 정부는 아주 낮은 이자율로 국채를 발행하지만,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는 1달러의 국채도 발행하지 못합니다. 지난달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더 채워놓기 위해 해외에서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를 발행했습니다. 유로채권시장에서 5년 만기로 7억 유로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이자율은 ‘-0.059%’. 한국정부가 돈을 빌리는데,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가 이자를 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우리 정부가 7억 2백만 유로를 빌려서 쓴 뒤, 10년 후 7억 유로만 갚으면 됩니다. 참 신기한 세상입니다. 그렇게 인수한 우리 국채의 가격이 시장에서 오르면, 그 투자자는 이윤을 남기고 되팝니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이자라도 채권을 인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리에 빠삭해야 투자로 돈을 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코로나 위기가 확산될 때 미국의 포드와 델타 등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스프레드(미 국채이자율과 회사채와의 금리차)가 10%를 넘어섰습니다. 돈이 급한 기업들이 시장 평균 이자율보다 10%나 더 높은 이자율을 주고 돈을 빌리려 해도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10%의 이자율은 정확하게 시장에서 해당 회사가 안고 있는 위기의 크기를 말해줍니다. 위험이 값으로 치환돼 거래되는 것입니다. 우리 IMF 위기 때 대우 회사채는 30%를 넘은 적이 있습니다. 1억짜리 대우 회사채를 보유하면 1년 이자만 3천만 원을 주는 겁니다. 하지만 대우는 부도가 났고 회사채는 종잇조각이 됐습니다(투자자 일부는 보상을 받았다).

 

이렇게 금리는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과 연결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1년 미 연준(Fed)이 금리를 크게 내렸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가 온갖 정책을 다 내놔도 집값이 잘 안 잡히는 것도 근본적으로 금리가 낮기 때문입니다(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2.4%라는 것은 10억 원이 없어도 신용만 있으면 연 2천400만 원 내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수익률이 2.5%만 넘으면 이 거래는 이익이다). 이렇게 금리는 시장 모든 것의 ‘값’을 결정합니다. 그러니 ‘금리’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그것은 해가 지는 것을 모르고 산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다수 대중이 투자로 잃은 돈은 대부분 ‘금리’를 잘 이해한 사람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김원장 KBS한국방송 방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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