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생님 보고 싶었어요”

2020.05.21 15:00:57

경기 죽전고의 개학 날 풍경

교사들 온종일 초긴장 상태
거리 유지·발열체크 등 철저
방역 인력 등 지원 더 필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방학 잘 보냈어? 오랜만이다! 아이고~ 이 똥강아지들이 이제 3학년이 됐으니…!”
 

선생님의 반가운 인사에 다소 굳은 표정으로 교문에 들어섰던 학생들의 눈가에 엷은 미소가 맴돈다. 3개월 만의 등교가 어색한지, 코로나19가 걱정돼서인지 학생들은 쉽사리 웃지 못했다. 당장 내일(21일) 치를 학력평가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그러나 가라앉은 마음도 잠시, 친구와의 만남에 학생들의 얼굴에는 금방 웃음꽃이 피었다. 반가운 마음에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면 곧장 “거리 두기를 유지하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일 오전 8시 30분. 우여곡절 끝에 경기 죽전고 고3 학생 348명의 등교가 모두 완료됐다.
 

김유성 교장은 “교육청에서 600명 이상 학교에 열화상 카메라를 지원해줬지만 1000명 이상 되는 아이들이 모두 등교하면 줄이 길어질 것 같아 카메라를 한 대 더 구입했다”며 “이번 주 3학년 등교를 운영해보면서 시정·보완할 부분들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교시는 담임교사와의 시간이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선생님과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나누는 한편 입시·안전과 관련해 전달·당부할 사안이 많은 만큼 특별히 소통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 6반 담임인 심혜련 교사는 “우리 반이 이동수업이 가장 많은 반이라 신경 쓸 부분이 많은데 교실이 작아 앞뒤 사람 간격이 조금 좁다”며 “친구들끼리 서로 배려하면서 최대한 간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이미 한 차례 중앙 현관에서 열화상 카메라를 통과했지만 교실 안에서는 2차 발열체크가 이어졌다. 한 남학생의 체온이 37도를 넘자 선생님과 학생들은 일동 당황하기도 했다. 체온이 높게 나온 몇몇 학생들이 따로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교사들은 “잠시 후 다시 재보니 정상 체온이 나왔다”며 “앞머리를 내리고 있거나 더워서 온도가 조금 높게 나온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날 선생님들의 하루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초긴장 상태의 연속이었다. 7시 40분 첫 등교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전 교직원이 등교 지도에 임장한 것은 물론 복도나 교실 안에서의 거리 두기를 위한 생활지도가 계속됐다. 2·3학년 수학을 가르치는 심 교사는 이날 대면 수업 후 2·3·5·7 교시는 온라인 수업도 병행했다. 그는 “앞으로 수업을 할 때 마스크를 쓰고 진행하면 집중도도 떨어지고 아이들에게 목소리 전달이 잘 안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일정이 늦어진 만큼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가장 시급한 입시상담부터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교사들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12개 반 학생들을 1, 2부로 나눠 식사하기 위해 3분 단위로 쪼개 학생들을 이동시켰다. 학생들이 겹치게 앉지 못하도록 빨간색과 파란색 스티커로 자리를 표시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크릴 가림막 위에 좌석번호도 붙여놨다. 교사들은 “붙어 다니지 마라”, “개인 간격을 더 벌리라”는 말을 연신 쏟아냈고 배식 줄서기부터 퇴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생활지도에 여념이 없었다. 
 

수시로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준 군은 “고3 첫 등교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김 군은 “중간·기말 시험이 미뤄지고 대외일정이 줄어들면서 비교과를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며 “등교가 두렵기도 했지만 입시를 생각하면 대면 수업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경경영, 그린마케팅이 장래 희망인 위서진 양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환경과 경영에 대해서도 다시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위 양은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 방역까지 고생하시는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하다”며 “학생들이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하고 방역지침을 준수하면 그래도 학교의 통제 속에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할 것 같다”는 믿음도 내보였다.
 

손용태 교감은 “오늘은 3학년만 등교해서 이 정도였지만 차차 1~2학년까지 모두 등교하면 발열체크나, 급식시간 운영이 훨씬 더 길어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며 “교육청이 방역을 담당할 인력을 지원해주면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보다 수업준비와 교육에 더욱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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