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주식시장, 위기일까 기회일까

2020.05.14 17:07:06

개인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

 

[이범용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누구나 한 번쯤은 학교 역사 시간이나 교양프로그램에서 조선시대 말(1984) 서구세력에 맞서 일어났던 ‘동학운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동학운동이 최근 우리나라 증시에서 다시 일어나 화제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우리나라 코스피는 3월 19일 11년 만에 가장 낮은 1457까지 떨어졌었는데 한 달이 조금 못 된 4월 17일 1900선을 회복했다. 연일 매도를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신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연일 매수를 하면서 증시를 떠받쳤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개미’와 ‘동학운동’을 합친 ‘동학개미운동’ 덕분이라 하고 있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4월 초 30대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한 달간 주식에 투자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절반(55.7%)이 넘었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활동 계좌수가 연초 2935만 개에서 지난 4월 말 3125만 개로 약 5% 늘어났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외 주식시장이 모두 하락과 상승을 반복해 당장 내일 주가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시가 폭락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인지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 중에는 빚까지 내 투자를 하는 경우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는 9조434억 원에 달했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3월 25일 6조4075억 원이었던 잔고가 불과 한 달 사이 3조 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빚까지 내면서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적은 어떨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4일부터 5월 4일까지 2개월 간 개인투자자는 총 15조5288억 원을 투자했는데 5월 4일에는 하루에만 1조6993억 원을 투자해 하루 기준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런 ‘동학개미운동’ 덕분에 증시는 빠르게 상승했지만 여기에 기여한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개인투자자가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은 대부분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매수한 종목을 조금 더 확대해 상위 20개 종목까지 살펴봐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한국전력 단 하나로 5.31%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승장에서 개미투자자는 웃지 못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은 플러스 수익률을, 나머지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순매수 종목 상위 20개까지 살펴보더라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모두 합해 8개로 개인투자자에 비해 훨씬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특정 기간의 수익률이 투자 성공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대형 우량주들을 저가에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에게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마이너스 수익률만으로 잘못된 투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도박하듯 한탕을 노리고 주식을 비롯해 각종 투자상품을 매매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오르자 코스닥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에 나서거나 주가지수·원유 등의 가격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몰려들었다. 
 

한 예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언젠가는 원유 가격이 반등할 거라는 생각에 원유 선물 지수 변동에 따라 움직이는 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 Exchange Traded Note)에 투자를 시작했다. 특히 가격이 지수 변동폭의 2배로 움직여 일반 ETN보다 2배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N에 투자가 몰렸다.

 

ETN은 거래 가격과 별도로 실제 가치, 즉 적정 가치가 공개되는데 거래 가격과 적정 가치의 차이를 의미하는 괴리율은 거래 가격이 적정 가치의 2배라면 100%, 4배라면 300%로 표시된다. 괴리율이 크면 클수록 해당 상품 거래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의미인데 향후 원유 가격이 오늘 것이라고 생각한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괴리율이 최근 10배(900%)가 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다행이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경제가 악화돼 저유가 기조가 예상보다 더 오래 가거나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면 손실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과거 일부 나라의 문제로 유발된 IMF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예측이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한국거래소가 옵션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KOSPI200 지수의 미래변동성을 측정한 지수인 VKOSPI(Volatility index of KOSPI200)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전인 1월 31일 19.3이었다가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3월 31일 48.6까지 올라갔다. 4월 29일에는 30.5까지 내려갔지만 지난해 말(12월 30일 14.7)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이렇게 흔들리는 주식시장에서 새롭게 투자에 나서고자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다음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현명하고 신중하게 투자할 것을 권한다.
 

■투자 기간과 자금용도 고려=전세보증금이나 학자금처럼 곧 사용해야 하거나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자금으로 투자할 경우 손실 발생 시 원래 사용하려던 곳에 사용하지 못하거나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출을 이용한 투자는 신중히=증권회사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가 하락 시 예상치 못한 반대매매로 인해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대출 등을 이용해 투자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굳이 대출을 이용해 투자하려 한다면 상환능력 및 다른 지출까지 고려해 최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주식도 분산투자를=대표적인 간접 투자상품인 펀드의 장점을 말할 때 늘 등장하는 것이 분산투자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때에는 펀드처럼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 종목이나 소수의 몇 개 종목에 소위 ‘몰빵투자’를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투자 결과는 모두 본인 책임=요즘 주식 투자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금융회사 직원의 권유나 추천 없이 온전히 본인의 판단으로 투자할 종목과 매매 시점을 고르게 된다. 금융회사 직원이나 TV에 나온 주식 전문가, 주식을 잘 아는 친구가 추천했더라도 그건 말 그대로 추천일 뿐 강요가 아니기 때문에 손실이 났다고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주식 투자로 인한 수익과 손실 모두 온전히 투자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냉철하게 판단해 투자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지금도 심각하지만 앞으로 더 본격화될 것이며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단기 차익을 노리고 급히 써야 할 돈으로 투자를 하거나 빚을 내서 투자하다가는 수익은커녕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종목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되 본인의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해 신중하게 투자에 나서는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범용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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