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초등학교 빛바랜 ‘포크댄스 공책’을 보며

2019.12.02 13:17:44

 

스스로 기록하는 사람은 ‘그 일’에 흥미와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은 ‘그 일’에 의욕이 있다는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은 언젠가 ‘그 일’을 자기 일로 만들고자 한다. 기록하는 사람은 그 기록을 활용할 계획을 품고 있다. 그 기록이 직업과 관계된 일이라면 전문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979년 8월 8월 처음 기록을 시작한 포크댄스 공책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초등학교 사생 공책인데 겉장엔 대지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17학년 이다. 공책 제목 위엔 ‘Folk Dance 動作’이라고 되어 있다. 대지초등학교는 내가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1977년 3월 첫 발령을 받은 학교다. 17학년은 교직 3년차 나의 학령이다.

 

그 당시 여름방학 교무실. 저녁시간부터 밤 시간. 당직자인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창밖 운동장에서 교인들이 포크댄스 배우는 장면. 포크댄스에 대해 관심은 있었던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포크댄스 교수학습 장면을 공책에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하고 있었다. 이 기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몰랐다. 이후 포크댄스는 다음 학교에서 전교생 중간놀이, 어머니교실, 스카우트 캠프, 지도자 훈련 등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 공책에 기록된 포크댄스는 나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던 성격에서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이 되었다. 교사도 그렇지만 포크댄스 지도자가 되려면 대중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어야 한다. 또 지도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있어야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포크댄스 기록이 단초가 되어 포크댄스 지도를 통하여 인생이 적극적 삶으로 바뀌었다.

 

그 공책. 지금은 낡았지만 소중히 보물처럼 간직, 활용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여기 기록된 포크댄스를 활용해 보았다. 12월을 맞이해 신중년 동아리에서 크리스마스와 송년 분위기를 내려고 공책을 살펴본다. 공책을 보고 종목 선정을 하는데 ‘징글벨’이 보인다. 남녀 위치, 대형, 동작 등이 기록되어 있다. 다행이 음악은 준비되어 있다. 실천만이 남았다.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 회원들에게 이 공책을 보여 주니 모두 깜짝 놀란다. 낡은 공책을 40년간 보관한 것도 그렇고 그 공책을 지금까지 활용한 것에 대해 놀란다. 공책 종이는 빛이 바래고 붙인 견출지는 다섯 개만 붙어 있다. 견출지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갔다. 낱장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사용한 투명 테이프가 보인다.

 

기록을 살펴본다. 일열 원으로 손을 잡고 원 안과 밖으로 이동하고 반진행방향(반LOD)으로 움직인다. 다시 원 안과 원 밖으로 이동하고 진행방향(LOD)으로 움직인다. 파트너와 손뻑 치고 팔짱 끼고 돈다. 코오너와 손뻑 치고 팔짱 끼고 돌면서 코오너가 파트너가 된다. 음악 한 텀이 64박(32*2)으로 되어 있고 반복이 된다.

 

회원들과 징글벨 노래를 부르며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동심의 세계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배운 회원들 중 관심이 있는 회원은 동작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른 모임에서 이 포크댄스를 활용할지도 모르겠다. 송년회 모임에서 활용한다면 더욱 즐거울 것이다. 그러면 포크댄스가 저변 확대되고 모임 자체가 활성화될 것이다.

 

인생을 60년 넘게 살면서 깨달은 점 하나. 젊었을 때 경험하고 실천한 작은 일이 나중에 커다란 자산이 된다는 사실이다. 세상 살며 다양한 일에 도전해 보고 체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포크댄스에 도전해 보려고 기록을 남긴 것이 성격을 변화시키고 은퇴 후 포크댄스 강사가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기록을 즐겨하기에 리포터와 시민기자가 되었다. 또 ‘도전은 즐겁다’와 ‘실행이 답이다’가 나의 생활철학이 되었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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