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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눈> 입시설명회 쫓아다니는 교사

학기 초가 되면 고입, 대입 설명회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특목고, 평가원, 언론, 대학 등 여러 교육 관련 기관에서 주관하는 입시설명회를 다닌다.

‘미로 찾기’ 보다 어려운 현 입시제도

매번 맨 앞자리를 도맡아 설명을 듣고 연신 기록을 한다. 심지어 PT자료를 촬영하려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뒷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얼핏 극성스러운 학부모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교사의 이야기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입시를 책임져야 할 중3, 고3 담임들의 이야기다.

올해도 겨울부터 학부모님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 “선생님. ABC로 나온 절대평가의 점수가 같으면 어떻게 변별하나요?”, “자기소개서에 써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뭔가요?”, “이제 고1 올라가는 데 대입 제도가 또 바뀌나요?”, “대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없어졌나요?”, “학생부전형은 뭐고, 학생부종합전형은 뭡니까?”, “우리 아이는 한국사를 보나요?”, “영어 절대평가는 언제부터인가요?” 등.

이쯤 되면 머리에 쥐가 난다. 나 역시 입시 변화에 대해 아는 것이 질문해 온 학부모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를 가장해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니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들을 모아 나름의 입시자료를 만들어 학부모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다.

언젠가부터 정권이 바뀌면 입시제도가 바뀌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돼 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 주기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형편이 됐다.

3월에 실시한 ‘2015년 전국연합학력평가’의 경우 고1·2·3학년 시험이 모두 다른 방식으로 치러졌다. 1학년의 경우 2018학년도 예상 수능으로 치러졌는데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 했다. 2학년은 영어를 상대평가로, 한국사를 선택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치렀다. 한국사의 경우 대학마다 정확한 반영 지침이 없다. 예상하기로는 반영 방식이나 반영 비율이 학교마다 다를 것이다. 그래서 한국사 시험 결과에 따라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3학년도 작년 3학년과 바뀐 제도로 출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무리 입시와 밀접한 교사라 해도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분석해서 학부모나 수험생의 궁금증을 모두 해결해 주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험생이나 학부모님은 어떨까? 공부하는 것이 힘든 것이 아니라 입시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입시 제도를 알아가는 과정이 ‘미로 찾기’ 보다 더 어렵게 느꼈다고 한다. 교사로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쉽고 공평한 제도 장기간 유지 원해

‘입시 제도를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자고 한 어느 교육전문가의 말도 그냥 웃어넘기지 못할 정도로 현재 입시 제도의 문제는 심각하다. 정치인과 교육당국은 교육을 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교육을 정치 논리로 해석하는 걸 금지하도록 법을 만들고 싶다. 제발 교육을 제 편 만들기 도구로 사용하지 말라는 일침을 여의도를 향해 놓고 싶다.

문제점들을 땜질식으로 막는 일은 이제 멈추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진정 행복해 할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고민하길 바란다. 그리고 현장 교사로서 학부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입시 제도가 정착되고, 또 오랜 시간 유지돼 더 이상 교사가 입시설명회를 쫓아다녀야 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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