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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보건교사가 정수기 청소, 물탱크 관리하나

수도관·화장실·폐기물 점검까지
응급 학생 처치 제 때 못하기도


교총
“환경위생관리 직무 떠넘기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삭제해야”


경남 B초등교 보건교사는 20대 넘는 정수기 주변 청소를 하며 교사로서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학교환경위생관리자로 지정된 그는 수질 관리를 위해 수시로 복도를 돌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분기마다는 수질 측정을 위해 정수기 꼭지를 일일이 소독하고 물통에 채수를 해 아이스박스에 담아 검사도 의뢰해야 한다. 그 사이 아픈 아이들은 보건교사를 찾아 다녀야 한다.

서울 C중학교 보건교사는 작년 봄 날 오후, 환경위생관리자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를 비웠다가 식겁한 일을 겪었다. 화장실 종류, 크기 등 별 직무연관성도 없는 내용을 듣던 중, 실신한 응급학생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은 것. 부리나케 뛰쳐나온 그는 택시를 타고 가며 학생의 상태를 확인하고 휴대폰으로 처치법을 알려줘야 했다. 그는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보건교사들이 여전히 상‧하수도 및 정수기 관리, 물탱크‧화장실 청소, 방역 등 시설관리에 내몰리면서 정작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에 한국교총과 보건교사회는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를 보건교사 직무로 규정한 현행 학교보건법 시행령 조항의 삭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교사는 지난 2007년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도록 명시됐다. 하지만 동법 시행령은 이에 걸맞게 개정되지 않았고, 되레 시행규칙만 개정돼 학교환경위생관리자 지정 대상 범위가 ‘직원’에서 ‘교직원’으로 넓어졌다.

이런 법 체계 상의 혼란과 관행이 ‘간호학’과 ‘교육학’을 전공한 보건교사에게 환경위생관리자를 떠넘기고 직무 연관성이나 전문성에서 한참 동떨어진 시설관리를 맡기면서 갈등을 양산시키고 있다.

실제로 관리‧점검 내용을 보면 과연 학생 건강관리에 전념해야 할 보건교사 직무인지 의문스럽다. ‘폐기물의 구분, 처리방법, 횟수는 적당한가’ ‘수도관은 누수 또는 노후하지 않는가’ ‘화장실 정화조는 적법하게 관리하고 있는가’ ‘수목‧화초의 방제시기 및 방법은 적정한가’ 등등 폐기물 처리부터 화장실 청소, 방역까지 점검해 결과를 기입하고 책임져야 한다.

2013년 인천보건교사회 조사에 따르면 인천시내 초중고 보건교사 495명중 309명이 환경위생관리자로 지정돼 62.4%에 달했다. 여타 시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는 “주당 8시간 보건수업, 심장‧당뇨병 등 중증학생 관리, 비만예방동아리 운영, 스포츠클럽과 방과후 교실 활성화로 하루 50~100명씩 보건실을 찾는 학생 처치, 각종 행정업무만도 벅차다”며 “교사로서 할 수 없는 일까지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달 17일 보건교사의 직무에서 ‘학교 환경위생의 유지·관리’ 등을 삭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학교보건법 개정으로 보건교사의 배치목적이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로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시도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조가 “대안 없이 삭제하면 그 업무를 누가 담당하느냐”며 철회를 주장하고 나서 법령 개정은 다시 수렁에 빠졌다.

이와 관련 교총은 “보건교사의 환경위생 관리는 학생, 교직원의 건강증진을 위해 지도하고 조언하며 교육하는 것이지 직접 시설물을 관리유지하며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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