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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김 교장님, 학습의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 교장 선생님, 기다리셨던 교장 발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더욱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교육의 방향키를 쥐고 교육 현장을 지휘해 가실 교장선생님께서는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항해할 수 있는 철학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세계는 지식기반사회로 급속하게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국가들은 선진 경제를 이룩하기 위해 산업화 시대의 조직을 혁신하거나 대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관료조직은 이제 지식기반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을 혁신하거나 대체하려는 시도들은 그 조직의 지지자와 수혜자들의 저항으로 변화의 속도가 느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실패하기도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조직이나 기관들의 변화 속도에는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지요.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사회 각 조직의 변화 속도를 자동차 속도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가 제시한 조직 별 속도는 경제 100마일, 시민단체 90마일, 가족 60마일, 노동조합 30마일, 정부 관료 조직과 규제 기관 25마일, 학교 10마일, 정치 조직 3마일, 법 1마일이라는 표현을 빌린다면 학교의 변화 속도는 하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래학자들은 산업화 모델에 기초한 학교가 정보화 기술이 사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구성원들이 창의적, 혁신적인 능력과 도전적인 태도를 갖추도록 교육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여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지식을 전수하고 주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래학자들은 지식기반사회가 심화되며, 과학 및 정보기술 발달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부분적 개선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그들이 주장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란 산업화 시대의 학교 모형을 탈산업화시대(postmodern)의 학교 모형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산업화 시대의 학교 모형은 표준화와 동질성이 특징인 반면, 탈산업화 시대의 학교 모형은 다양성과 분화를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선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학교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하였으며, 학교 실패, 학교 붕괴 등의 담론이 설득력을 가지고 퍼져 나가는 한편, 공교육 이탈 현상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대안교육과 홈스쿨링이 확산되고 있음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네요. 오늘날 학교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근대 학교교육체제에 내재된 특성이 탈산업화 시대를 맞아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학교 비판론자들의 공통된 견해이지요.

학교교육의 위기는 표준화와 동질성을 추구하는 근대 학교교육이 낳은 획일성과 관료제적 운영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경직성, 그리고 정보화․지식기반사회의 진전 등 사회변화로 인해 초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학교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은 학교경영 및 그 책임자에 대해서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째, 학교의 성격과 기능이 재규정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교육적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며, 둘째, 학교 경영을 관료적이고 제도 중심적인 접근에서 교육서비스를 받는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하는 것 입니다.

셋째, 경영자 자신도 끊임없이 학습해야 하는 조직에서 지식을 경영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 입니다. 산업화 시대의 학교 모형은 공장들이 거대한 기업의 한 지점(branch)으로서 미리 정해진 공통의 기준에 의해 조직되듯이 공교육도 기대되는 성과를 산출하기 위해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것을 기본적 특징으로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장은 지점의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화 모형에서 학교의 주요 기능은 노동시장의 인력 수요에 맞추어 개인을 분류 선발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선발은 능력주의의 원리에 따라 전문적이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직업을 가질 만한 학생과 단순 노동자가 될 학생을 가려 그것에 맞는 교육기회를 배분하는 것 이었습니다. 이처럼 능력주의에 입각한 선발은 부패나 차별을 막고 능력에 맞는 보상을 하는 공정한 방식으로 받아들여졌지요.

그러나 20 세기 후반에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산업화 모델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사회․경제 환경은 학습의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그 경영자는 교육의 내용, 즉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행하는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거와 같이 상부로부터 결정되어 주어지는 기준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가 스스로 고유한 교육 모델을 만들어 낼 만큼 완전한 자율성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국가에서 학교경영은 탈 중앙집권화, 탈규제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국가들이 학교가 일정한 성취 수준을 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평가와 장학(inspection)을 통해 성취 수준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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