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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그리스의 위기 남의 나라 이야기인가

민주주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그리스에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하였다. 유로그룹은 그리스 정부에게 연금개혁과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개혁을 요구했으나  이 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이어 그리스가 30일 자정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기로 한 빚 16억유로(약 2조원)를 상환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상 국가 부도가 난 것이다. 1944년 창설된 IMF 역사에서 '선진 경제국'이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한 것은 그리스가 처음이다. 5일 실시하는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리스는 앞으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이 막히는 등 경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가 끝내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리스가 2010년 재정 위기 이후 구제금융 2400억유로(약 300조원)를 받고도 경제 회복에 실패한 것이다. 구제금융 자금은 대부분 그리스 경제를 살리는 데 쓰이지 않고 빚을 갚는 데 사용됐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강요한 긴축 정책으로 그리스 경제는 지난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24.6%나 줄어드는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 노동 인구의 26%인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임금도 38% 줄어들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으로는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비효율성, 사회복지비의 과다 지출, 제조업의 취약한 경쟁력 등이 꼽힌다. 그리스는 1980, 90년대 좌파 정권이 장기집권하면서 사회보장비 지출이 급증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조는 정권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해집단들도 걸핏하면 불법 폭력시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고, 법을 우습게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두 차례 구제금융 이후 시도한 구조개혁은 공공 의료 교육 등 기득권 집단의 저항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보다 더 치명적인 부도 원인은 치프라스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에 편승해 긴축 반대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달콤한 공약을 내걸고 지난 1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국가 부채로 공짜 복지를 펴온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집권 후 경제를 살릴 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사사건건 채권단과 부딪치기만 했다. 임금·연금 삭감에 분노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퇴직자들은 환호했지만 국제사회의 불신이 커지면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리스 사태는 국민들이 과잉 복지에 물들 경우 얼마나 되돌리기 어려운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그리스가 추락한 요인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한국을 보는 것 같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과 협상이 결렬된 뒤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든 것도 무책임의 극치다.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국가 부도 사태를 야기하고는 최종 결정을 국민에게 떠넘긴 꼴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라 경제야 어찌 되건 말건 채권단의 구조 개혁 요구에 반대표를 던져 달라는 선동까지 하고 있다.

자신은 끝까지 서민 편에 섰다는 명분을 세우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치프라스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스 사태는 국민이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때 그 나라가 어떤 종말을 맞게 될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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