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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거짓말, 가짜가 통하지 않는다

우리 나라 국무총리가 62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의 표명을 한 시점으로 역사상 가장 단명한 총리가 되었다. 그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병역 회피, 부동산 투기, 언론 외압 의혹이 제기됐을 때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거듭하면서 정직성과 신뢰성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 국회의원들의 거듭된 추궁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녹취록이 있으면 틀어 달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실제로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반어법적 표현이었다”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런 점도 없잖아 있는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무엇을 잘 모른다는 말은 휴대전화에 남은 통화기록으로 무참하게 깨지고 있다. 이런 모습은 최근 그가 며칠간 성 회장과의 관계와 독대 여부, 3000만 원 수수 의혹 해명에서 보여준 행태와 너무 닮았다.

위와 같이 한국은 정말 무서운 기록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CCTV만 해도 설치된 곳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소유자가 어디를 갔는지 동선이 그대로 드러나고 투시(카메라)와 녹음, 검색이 동시에 가능해졌다. 그래서 혹자는 스마트폰이 역사상 최초로 개인화 한 인격을 가진 기기라고 말한다. 이처럼 스마트 기기는 진실을 규명해 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사건을 통하여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스마트 기기의 포로가 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은 점차 인간사회의 불신을 먹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또 하나의 사건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 성분(이엽우피소)이 나왔음을 공식 발표하면서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제기했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미 해당 의혹 제기와 동시에 코스닥 시장이 흔들렸고, 유통업체들은 판매 중단에 이어 책임과 피해 보상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수오 제품을 복용한 소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태는 바이오 소재에 대한 관리 부실이 얼마나 큰 시장의 혼란을 부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식약처에선 식품 원료의 건강기능성을 인정해주기만 하고, 제품 생산화 단계에서 감시·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었다. 식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만 530개나 되는 지금까지 안심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 없이 대충 운영된 것이다.

바이오 산업은 사람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준과 관리체계가 엄격해야 하고, 기업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사건이 불거진 후 회사는 회피로만 일관했다. 이 회사 임원들은 소비자원이 공장에서 원료를 수거한 날부터 보유 주식을 내다 팔고, 공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 의혹도 받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다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은 정보통신(IT)과 함께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대표 분야다. 산업 당국은 바이오벤처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2009~2013년 사이 연평균 8.9%의 성장세를 보여 기대를 모은다. 내츄럴엔도텍도 지식경제부의 ‘세계 일류 생산기업’에 선정됐고, 미국 애너하임 천연제품 박람회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잘나가는 바이오벤처였다.

그러나 이런 부실한 관리체계 아래에서 기업은 스스로 신뢰를 잃었고, 당국은 과연 옥석을 제대로 가리고 있는지 의심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바이오 산업에선 당국이 기술개발·제품화뿐 아니라 제품 안전성 관리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관리와 육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이제 한국사회는 거짓과 부정이 통하지 않는 사회로 발전해 가고 있다는 증거가 되고 있다. 부정과 부패가 없는 공정한 사회는 우리가 가장 바라는 사회이다.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가를 만들려면 지도자들이 달라져야 한다. 이런 표본이 바로 리콴유이다. 그가 싱가포르를 선진국가로 만든 것은 뛰어난 머리도 있겠지만 그의 첫째 비결은 국가에 대한 헌신과 진실성이라고 한다. 둘째 비결은 국가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에게도 거리낌없이 배우는 실용정신이다. 이러한 배움의 정신을 살려 대를 이어갈 정치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이 나라 교육의 책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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