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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퍽 관료적인 교육상 추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4회세종문화상을 공고했다. 한국문화⋅예술⋅학술 등 5개 부문 수상자에게 각각 3천만 원의 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필자가 알기론 정부 주최 대회 최고액의 상금이 놀랍지만, 정작 놀라운 건 따로 있다. 
 
바로 추천방식이다. 상금을 3천만 원이나 주는 아주 큰 상, 세종문화상인데도 추천은 개인, 기관 등 별 제한이 없다. 제출서류 역시 추천서와 공적 증빙서류 등 간단하다. 관료적 사고의 정점이라 할 정부 부처가 그렇게 ‘열린’ 방식으로 추천을 받는 건 분명 칭찬할 일이다. 
 
그러면 교육상쪽은 어떤가? 얼마 전 필자는 어느 고교 교장이 교육대상 상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희사했다는 기사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런데 교장의 선행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다. 필자가 깜짝 놀랐던 건 유감스럽게도 상금 전액이 ‘고작’ 2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국에 걸쳐 시행되는 교육상이 정확히 몇 개인지 알 수 없으나 상금은 1,000만 원이거나 그 이상인 경우가 그렇지 않은 상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스승상⋅눈높이교육상⋅올해의 스승상⋅백농교육상⋅SBS교육대상 등이 얼른 생각나는 그런 교육상들이다. 
 
이에 비해 남강교육상, 초아의봉사대상(교육분야) 등의 상금은 5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상금보다 명예를 강조하는 듯한, 그러니까 앞에서 본 대로 상금이 200만 원 이쪽저쪽인 교육상들도 꽤 있다. 그래도 응모자들이 몰리는 걸 보면 역시 돈보다 수상이라는 명예가 우선인 모양이다.
 
이런저런 교육상에서 국어교사 대부분이 맡길 꺼려 하는 글쓰기 및 학교신문 제작지도 공적으로 상받은 교사가 거의 없어 ‘그렇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 반문하게 된다. 다른 공적으로 상받을 교사가 많은 교단인 듯하여 안도감과 함께 뿌듯하기도 하지만, 필자로선 일종의 미스터리다.
 
흥미로운 것은 무릇 교육상을 신문이나 방송사 같은 언론사가 주최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금의 규모야 스폰서 등 재정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치자. 1차 지원때부터 범죄경력증명서까지 첨부하라는 경우도 있지만, 언론사가 시행하는 교육상에 진짜 이해 안 되는 건 따로 있다. 교육감이나 교육장추천 절차이다. 
 
사실 필자는 교육감이나 교육장 추천 따위 비상식적 절차로 인해 지원을 포기한 적도 있다. 지방이나 서울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교육감 추천’을 고집하는 교육상이 꽤 있다. 이는 퍽 관료적인 교육상 추천이라 할 수 있다. 피추천인 난립으로 인한 혼잡 등 나름 이유야 있겠지만, 개선이 시급한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가령 일선학교에서 교육상 추천 서류를 도교육청에 접수한다. 실무자인 장학사 손을 거쳐 교육감 결재가 이루어지고 주최측에 접수한다. 그런데 정작 추천자인 교육감은 해당 교원이 어떤 공적을 쌓았는지 전혀 모른 채 도장만 찍어준 셈이다. 제대로 된 추천일 리가 없다.
 
또 하나 문제가 있다. 지금처럼 교육감들이 보수다 진보다 나뉘어 있는 체제에서는 교육상 추천도 편향되거나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속된 말로 교육감과 코드가 맞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공적의 진짜 선생님이라해도 추천 자체가 배제되는 왜곡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3천만 원 상금을 주는 세종문화상처럼 교육상이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교육상 추천은 동료 등 개인을 비롯 교장이면 충분하다. 같이 근무하면서 교사인 피추천자를 그만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교장이 피추천자인 경우는 교육장이나 교육감 추천이 필요할 것이다. 
 
무릇 상의 추천은 자유롭게, 선정은 엄격하게 해야 상식적이다. ‘찾아서 주는 상’도 있는데, 추천단계에서부터 관료 냄새를 팍팍 풍기는 것이 언론사 주최 교육상이라면 아귀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다. 특히 상금과 추천방식에 대한 주최측의 적극적 검토가 있길 기대한다. 더불어 교육상으로 인해 상처받는 교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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