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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미래교육은 아는 것이 아닌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나라는 교육열이 높은 나라이다. 그 덕분에 절대 가난에서 벗어났고 이만큼 살게 된 것이다. 정보화 시대의 교육은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알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가이다. 능력, 역량의 문제이다. 한마디로 '알고 있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가 중요한 세상이다.

이런 능력도 역시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가 옥석을 가려내거나 걸러내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될것이다. 돌 속에 들어있는 옥을 발견하고 빛을 낼 수 있도록 연금술을 발휘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누구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모든 학생에게서 희망을 발견하고 모든 학생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학교가 필요하다.

이런 학교가 서울이 아닌 경남 거창군에 있는 거창고등학교이다. 거창고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 이 때문에 매년 입시철이면 언론에 소개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거창고 교육은 인성교육이 중심을 이룬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도록 교육을 한다. 특히 직업을 선택할 때 이 부분을 더욱 강조한다.

거창고의 교육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다. 바로 ‘직업 십계명’이다. 이 직업 십계명은 거창고 3대 교장이었던 고 전영창 선생의 가르침을 열 개의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그런데 십계명에는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등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말들뿐이다. 심지어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직업을 선택하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의 통념과는 맞지 않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철학은 변하지 않고 있다.

강현정은 휴먼 다큐멘터리를 쓰듯 거창고를 3년간 탐구했다. 거창고에 근무하는 교사들과 학생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졸업생도 인터뷰를 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 어떻게 살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서다. 직업 십계명을 실천한 아이들은 소신있는 직업 선택으로 자신이 주인인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가정 분위기에 따라 자녀의 진로지도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의사 집안은 의사가 되는 것이 목적이고, 변호사는 변호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적성에 맞지 않지만 열심히 과외를 시켜 이런 직장을 잡고 명문가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다. 이런 불안한 생활은 감옥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감옥이란 숙식은 안정적이지만 그렇게 유쾌한 곳은 아니다.

오랜 연구 끝에 저자는 십계명이 아이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잡이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말한다. 교육의 목적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내가 꿈꾸는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만 중심에 두고 교육을 하는 일반고의 현실을 들여다 보는 하나의 창이 될 수 있다.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시대에 꼭 가져야 할 관점을 보여주는 교육철학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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