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단일기

도중 하차는 의지박약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처음부터 목표를 포기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도중에 조그만 장애를 만나 목표달성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그것을 핑계삼아 목표 자체를 잃어버린 경우도 없지 않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특히 교직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왜냐하면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1급 정교사 자격 점수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극 소수의 고득점이 아니면 서류를 내밀기조차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다른 사람 핑계를 대는 경우도 보았다. 어느 교사는 자기가 만난 교장이 보기 싫어 교장되기를 포기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사람도 있다. 이는 그런 사람만 만난 자기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 일이며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한참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불어넣을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인생살이에 있어서 어떤 목표를 향하여 가다가 중도에서 포기한다는 것은 차라리 그 길을 들어서지 않으니 만 못하다 할  것이다.

물론 인생의 한 목표를 중도에서 포기하기까지에는 남모르는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나 대부분 인생의 도중 하차는 당사자의 의지박약에서 오는 경우가 더욱 많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도 꽤 똑똑한데 몇 달 지나 한 번씩 만날 적마다 하는 사업이 바뀐 사람을 가끔 보게 된다. 이런 용어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은 저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습관성 패배자'라고 부르고 싶다. 뭔가 진득하니 버티지 못하고 몇 달 하다가 집어치우고 다시 하다가 집어치우는 인생에 있어서 남는 것은 덧없는 넋두리일 뿐일 것이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가노라 쉬지마라/부디 걷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이는 흔히 잘 아는 바와 같이 조선왕조 후기의 가인인 남파 김천택의 시조이다. 가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천시하던 시대의 사람인지라 김천택은 언제 어디서 나서 어떻게 살다가 언제 죽었는지 조차도 잘 밝혀져 있지 않고 그저 그가 숙종시대로부터 영조시대에 걸쳐 살았다는 사실밖에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는 서기 1728년에 140여명의 시조 998수와 가사 17편을 모아 「청구영언」을 지어 우리나라 시조 문학을 집대성한 김천택은 직업이 포졸이었다고 하니까 사회적으로 떳떳한 대접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만 친구인 노가재 김수장과 더불어 가악을 정리하고 경정산에 가단을 짓고 스스로 노래하며 후진들을 가르치는 것이 그의 일생의 전부였다.

인생의 중퇴는 차라리 출발하지 못한 것만도 못하다는 처음의 얘기로 되돌아가서 생각해 볼 때 의지조차도 박약한 터에 괜스레 배포만 커서 되지도 않을 꿈을 꾸는 과대망상보다는 자신의 여건을 십분 되살리며 비록 다소는 늦을지라도 중도에 쉬지 않는 인생만이 끝내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올 12월이 가면 신학기와 더불어 또 다시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서울의 사립대학이라면 서민생활에 천여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장만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감소하더라도 인생을 쉬어가거나 중도에서 멈칫거려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1년을 뒤떨어지면 먼 훗날 자신의 모습을 동기생들과 비교해 볼 때, 그때는 1년이 아니라 10년을 뒤떨어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예가 허다히 있기 때문이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