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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묘한 학생인권 침해

대한민국은 인권이 배급나온 나라이다. 툭하면 인권, 인권하며 오지랖넓게도 세칭 민주주의 잘된 나라임을 과시하려는 듯하고 있어서다. 우선 일부 교육청이 제정,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라는 것이 그렇다.

덕분에 교사들은 체벌은커녕 목소리조차 크게 높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죽어나가는 건 교사가 아니라 교육이다. 무너지는 건 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이다. 하긴 그것은 새 발의 피다. 8살 소녀를 성폭행한 ‘놈’이나 여자들 연쇄살인범에게도 인권 운운해대니 배급나왔다 할 수밖에!

새삼스런 말이지만, 인권은 인간의 권리다. 권리는 인간일 수 있을 때 가질 수 있다. 누릴 수 있다. 성도착증이나 만취상태 따위 이유가 있더라도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닌 범죄를 저질렀을 땐 이미 인권도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봐야 맞다.

그러나 그런 인권타령에 앞서 다같이 생각해볼 학생인권 문제가 있다. 바로 2명의 교사가 들어가는 시험감독이다. 수능 같은 국가시험도 아닌 교내 중간⋅기말고사에서 두 명의 교사가 감독을 하는 건 소리없이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가긍스럽고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 이전에도 학교 단위별로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은 2004년 수능시험에서의 부정사건이 터진 후부터 본격화되었다.

그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수능고사장내 휴대폰 반입금지 따위 등 요란을 떨어대던 교육부의 강력 지침이 시⋅도교육청에 전달되면서 생긴 일이다. 요컨대 불량한 극소수 부정행위자 때문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컨닝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에서 비롯된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감추고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고도 체벌이니 두발단속 금지 등을 담은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인권 보호의 전부인양 호도하는 것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실제로 컨닝을 하려면 감독교사가 2명이건 1명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학생들 말은 귀 기울여 들어볼만하다. 교사 2인 시험감독이 학생들 눈엔 ‘어른들의 한바탕 쇼’쯤으로 비칠 소지마저 다분하다.

그런 전체주의적 인권침해에 길들여진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지 그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말기 바란다. 학생들이 시험중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니까.

요컨대 학교가 학생 전체를 범죄자로 예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설사 범죄자라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진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무릇 민주주의 국가가 갖고 있는 헌법의 기본 정신 아닌가?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면서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강조하고 스승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요즘 학교는 제대로된 교육의 장(場)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공부하는 기계’를 양산하는 공장 같다고나 할까!

이상한 것은 언론의 무관심 또는 침묵이다. 교사 2인 시험감독을 통해 두발이나 체벌 따위와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학생들 인권침해가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할 언론마저 학생을 범죄자 취급하는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을 옳다고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언론은 이런 학교의 인권침해와 사회 및 언론의 무관심이 학생들을 전도된 가치관 소유자로 내몰고 있음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학교 시험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컨닝 등 부정행위 학생에게는 법이나 교칙에 따라 처벌을 가하면 된다. 입시지옥의 교육여건 개선을 간과한 채 교사 2명의 시험감독 같은 원시적 미봉책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이제 제발 없어졌으면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듯 어른들의 애들에 대한 죄짓기는 지금까지만으로도 씻을 길이 없을 정도다. 나는 고등학교 교사의 한 사람(어른)으로서 학생들 대하기가 너무 부끄럽다. 그리고 그런 학교에 내 아이를 두 명씩이나 보냈으니 학부모로서도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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