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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계속되는 인재(人災),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0월 17일(금) 오후 5시 53분쯤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야외광장에서 걸그룹 공연을 보다가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공연 당시 행사 진행요원 38명이 배치됐으나 전문 안전요원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 서류에는 과기원 측 인원 4명이 안전요원으로 등록됐지만 정작 해당 인원들은 자신이 안전요원으로 배치됐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 행사 당일 사회자가 희생자들에게 '위험하니 내려오라'라고 방송한 사실은 확인됐다. 이는 총체적 인재(人災)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공기 환풍기라는 것에 대한 인식의 문제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물과의 대화가  부족하다. 환풍기는 기본적으로 지하의 더럽혀진 공기를 배출하는 도구이다. 공연을 보기 위해 과연 그곳에 올라가야만 하는가를 질문할 줄 아는 자세만 가졌더라면 이같은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안전에 대한 의식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어떤 공간을 차지하면서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있는 "여기가 과연 안전한가?'를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을 지나도 과연 안전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것을 가르치는 것은 정식 교과목에는 거의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을 다양한 체험 활동과 더불어 관련지어 교육시킬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는 교실 안의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실 안은 가장 안전한 곳이기에 이는 동기부여와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행사장에서 사회자가 환풍구 위에 있는 분들에게 '위험하니 내려오라'라고 방송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를 묵살한 것이다. 우리는 어려서 부터 많은 지시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학교교육 현장에서도 이같은 지시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어려서부터 이같은 지시의 중요성을 확실하게 가르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사고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책임의식의 부족과 소통이 문제이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서류상으로는 경기과학기술원 측 인원 4명이 안전요원으로 등록됐다. 하지만 정작 해당 인원들은 자신이 안전요원으로 배치된 줄도 모르는 기획 자체가 종이에 기록한 것으로 마감하려 했다. 누가 감히 이 행사장에서 이처럼 큰 사고가 발생할 줄 예상이나 했겠는가? 공무원들의 형식적인 것들에 얽매어 실질적인 것을 놓치면 이같은 참사가 발생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고는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 잠복되어 도적같이 찾아옴을 알아야 한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가 삽시간에 무너졌다. 오는 21일이면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20년이 된다. 건설된 지 15년밖에 안 된 한강 다리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등굣길 무학여고 학생 8명을 비롯해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필자는 일본에 근무중이어서 일본인으로부터 "참 불행한 사고로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여 마음이 아프다."는 위로의 말을 들을 때 너무나 부끄러웠다. 당시 사고 원인 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장승필 교수는 “다리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부조리가 낳은 결과였다”고 회고했다.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2명 사망,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올해 세월호 참사를 보면 지난 20년간 질적으로 우리 사회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성수대교 사고 이후에 적어도 한강 다리는 무너질 것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안전도가 높아지는 성과는 있었다.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 제정됐고, 안전관리 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출범했다. 공사 단계부터 책임감리제가 도입돼 교량 터널 도로의 안전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당시 원인 조사를 주로 기술적 측면에 맞춰 개선 방안을 찾는 데 중점을 둔 덕분이다. 성수대교 사고는 정치 쟁점화하지도 않았다.

성수대교 사고 때와 비교하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는 딴판이다. 사고 발생 6개월이 되는 오늘까지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재발 방지 해법보다는 특별법 제정을 놓고 다투느라 조용한 날이 없었다. 국민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하다. 이 바람에 안전을 위한 대책은 뒷전으로 밀려 세월호 참사 다음 날인 4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일어난 선박 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니 이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안전 관련 법안 70여 건을 비롯해 정부조직법, 관피아 방지법, 유병언법 등 국가 전반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처별로 안전 대책을 마련했으나 국민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인의 수준이 20년 전보다 후퇴했기 때문인가. 이제는 정쟁을 중단하고,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튼튼하게 고치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다시는 이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1일부터 많은 학교들이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을 하게 된다. 1학기 때 실시 계획을 세웠던 것이 세월호 사고로 연기되는 바람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학교도 학생 전원이 학교 밖 수업을 한다. 무엇보다 교사의 철저한 학생의 안전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사고는 순간적이기에 눈을 딴 곳에 팔면 사고가 가까이 온다. 학생 개개인에게도 개인의 안전을 위한 지도를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사고는 예고 없이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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