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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정치 리더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

건국 66주년, 대한민국은 그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상황은 긴 터널에 갖혀 있다는 느낌이다. 갖가지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해결점을 찾기가 어려운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얼마전 대하사극 '정도전'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교황 방문은 더욱 온도를 높혀 놓았다. 그 배경에는 우리의 현실과 많은 것들이 오버랩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권력을 잡은 신진사대부는 조선을 건국함으로 민심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에서 한양 천도, 궁궐 조성, 종묘와 사직 정비, 도성 건설 등 모든 사업을 지휘한 정도전(1345~1398)의 모습을 통해 조선왕조 설계자로서의 진면목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이 건국되고 3년이 지난 1395년(태조 4년) 9월 29일 북악산을 병풍 삼은 경복궁이 창건되었고, 정도전은 경복궁과 각 전각의 이름을 지으며 새 왕조 건설의 의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경복궁의 이름을 지은 사연도 흥미롭지만 경복궁의 법전(法殿)인 근정전의 이름도 정도전이 지은 것이었다. ‘근정(勤政)’이란 부지런하게 정치하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나라를 통솔하는 자에게는 부지런함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는 '서경'에 “편안히 노는 자로 하여금 나라를 가지지 못하게 하라” 하고, 문왕이 “아침부터 날이 기울어질 때까지 밥 먹을 시간을 갖지 못하며, 만백성을 다 즐겁게 하였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정도전은 편안히 쉬기를 오래하면 교만하고 안일한 마음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왕은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정도전은 왕이 부지런히 해야 할 것으로 아침에는 정사를 듣고, 낮에는 어진 이를 찾아보고, 저녁에는 법령을 닦고, 밤에는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을 에로 들었다.

근정전 뒤편에는 편전인 사정전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근정전이 국가의 공식 행사를 치르는 의전용 공간의 기능을 했다면 사정전은 왕이 신하와 경연을 하고 정무를 보는 집무실과 같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사정’이란 생각하고 생각하며 정치하라는 뜻이다. 정도전은 “천하의 이치는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잃는다”고 하면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침전에는 강녕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녕전은 '서경'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오복, 즉 장수, 부귀, 강녕, 덕을 좋아함, 천명을 다하는 것 중에 셋째가 강녕(康寧)인 것을 떠올리며 그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정도전은 “왕이 마음을 바르게 하고 덕을 닦아서 황극(皇極)을세우게 되면 능히 오복을 향유할 수 있으니, 강녕이란 것은 오복 중의 하나이며 그 중간을 들어서 그 남은 것을 다 차지하려는 것입니다”라고 강녕전의 의미를 해석했다.

경복궁부터 시작하여 근정전·사정전·강녕전 등 경복궁 전각의 이름은 거의가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유교 경전에서 좋은 뜻을 찾고 왕이 꼭 이러한 점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는 취지에서 그 이름을 지은 것이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눈 앞만 모고 달려온 땜질 국가경영을 버리고 선진국처럼 백년대계를 수립하자는 목소리는 경청해야할 사안이다. 정치 리더로 바빠서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한번이라도 경복궁을 찾아 경복궁과 여러 전각에 담긴 뜻을 새겨보고 정도전이 어떤 자세로 국가의 틀을 잡아나갔는가를 기억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더우기 부지런히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자세야말로 국가기틀을 바로잡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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