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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요즘 자율형 사립고 교장들이 화가 났다. 새로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자사고가 이명박 정부 시절에 획기적인 교육정책으로 탄생한 학교제도로서 이제 그 교육적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함에도 단지 선거공약 사항이란 이름만으로 폐지를 포함해 자사고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은 교육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다.

같은 교육정책을 내놓고서도 내가 한 것은 좋은 정책이고 남이 한 것은 나쁜 정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판단은 분명히 교육적이지 못하다. 사실 초,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므로 그야말로 학교 간 차별적 교육이 아닌 보편적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면 균형 감각을 잃은 교육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교육의 수요자 교육이라 할 만큼 수요자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 자사고 역시 구성원들이 스스로 취소를 요구하면 당연히 취소해야 마땅하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폐지를 논하는 것은 비교육적 행태다. 단지 교육감 후보시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집과 독선에 불과하며, 교육 리더로서 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후보 시절의 공약도 교육 현실에 다시 비춰보고 재조정해야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현실 교육정책이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한 것도 바로 이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2009년부터 지정된 자사고가 채 정착도 되기 전에 너무 많은 결과를 기대하는 성급한 정책도 문제이다. 하지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학교를 폐교한다는 등 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학교는 지역의 문화중심이며 수많은 졸업생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학교는 고향이며 마음의 쉼터다. 이런 학교를 인위적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교육정책이다. 또한, 자사고를 지망하는 수많은 중학생의 꿈과 희망을 포기해야 하는 그들의 심정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고서 무슨 꿈과 끼를 살리는 진로교육을 하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물론 현행 자사고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여느 학교나 문제가 없는 것은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고쳐 바로 잡고, 잘못된 교육정책은 손질하면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한 개인의 의견과 뜻에 따라 학교의 존폐가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는 일이다.

혹자는 자사고 때문에 고등학교가 너무 양극화되었고 일반고가 슬럼화되어가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외고나 과학고 등 특목고가 도입됐을 때도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또한,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3배 가까이 받는 귀족학교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자사고는 본래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설립 허가를 받은 학교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학교는 다양할수록 학생들의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하고 풍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자사고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을 원한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러나 단지 교육감의 공약이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폐교를 하는 것은 교육수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자사고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더 좋은 학교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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