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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육부, 연구윤리 지침 구체적 개정 계획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내각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연구윤리에 대한 재정립 논의가 활발하다. 이에 교육부가 논문 표절을 비롯한 연구부정 행위에 대한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정부 지침을 바로 세우기로 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조치인 것이다. 
 
사실 연구 윤리와 연구 부정에 관한 논란은 비단 이번 내각 인사청문회만은 아니다. 그동안 학계에서 표절, 자기 표절, 중복 게재, 미인용 전재, 교신 저자 논란 등 많은 문제와 논란이 지속돼 온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교와 학회, 연구회 등은 연구윤리 규정 내지 지침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물론 학회지도 등재지, 등재후보지, 비등재지 등을 막론하고 연구윤리 규정, 지침을 바탕으로 한 연구윤리위원회를 두고 연구와 논문 심사를 하고 있다. 특히 대학 교원 임용 등 연구 실적 제출 등에서는 청정한 연구윤리 준수를 강조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교육부는 논문 표절, 중복 게재,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등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자 학계로부터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치면서 개정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문적 성과와 연구 윤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재정립하고 연구 윤리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준수 의지를 일방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여진다.

현재 우리나라 학계에 통용되고 있는 연구윤리 관련 정부의 지침으로는 2007년 2월 제정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있다. 교육부가 제정한 이 지침은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연구개발이나 학술지원 사업에만 적용되고 일반적인 논문 표절 여부는 각 대학교와 연구기관이 정부 지침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마련한 연구윤리 규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 정부의 연구윤리 지침이 정의한 연구부정행위가 다소 추상적이어서 실제 위반 여부를 가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부 윤리위는 제 식구 감싸기의 경향이 있어서 위반자(기관)에 대한 적절한 제재를 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현행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의 표절 규정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행위'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것이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적 자기 정당화를 하기에 적정한 표기인 것이다. 연구자가 향후 문제가 됐을 때 소위 빠져나가기가 원활하게 표기돼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당초 구체적인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했으나 학문 분야별로 입장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 우리 학계에 뿌리박힌 강한 학문 이기주의 때문에 치밀한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결국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합의가 안 돼 현행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상의 표절 규정이 현재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공식적인 기준이 됐다. 구체적이지 못한 연구윤리 지침이 연구 부정을 부추긴 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또,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는 '연구 내용 또는 결과에 대해 공헌 또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너무 추상적이고 막연한 표기인 것이다. 누구나 책임을 회피하고 빠져나갈 수 있는 소위 ‘구멍’이 넓은 것이다. 자기 논문의 중복 게재에 대한 교육부 지침의 조항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지침에는 '자신의 이전 연구결과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저작물을 게재·출간해 본인의 연구결과 또는 성과·업적 등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자기 논문의 중복 게재, 이중 게제에서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학술대회 발표 논문의 타 연구지 게재와 단행본 등 출판물 발행의 정당성 문제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호가한 규정 수립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사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상의 규정에 따르면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논문을 다른 학술지에 게재하는 행위는 분명히 연구윤리 위반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계에서는 이런 관행을 이중 게재로 보지 않는 편이다. 상용적 용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론과 현실 간의 괴리(gap)를 없앨 수 있도록 여론 수렴 등 숙고와 성찰을 거쳐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연구윤리 지침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면 대학교와 연구기관도 정부 지침에 맞춰 연구윤리 규정을 구체화하도록 권장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지침이 우리나라 연구 윤리의 골격이 되고 대학교 학회 등 연구기관에서 이 범주 내에서 자체 ‘연구윤리위원회’를 두고 연구 윤리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교육부의 연구윤리 지침 재정립에 즈음하여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제도의 확립’보다 ‘인간의 인식과 준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지침이 수립돼도 이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준수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고 무용지물인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규정과 양심에 따라 연구 윤리를 스스로 지키도록 자기 절제를 할 때 연구 윤리가 재정립되고, 학계와 연구계에 ‘연구의 청정(淸淨)’이라는 맑은 물이 흐를 것이다.
 
한편, 이번 교육부의 연구윤리 지침 재정립에 즈음하여 인사청문회의 제도적 개선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총리와 각 부 수장의 윤리를 점검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본질에서 벗어나 ‘망신청문회’로 희화화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십분 고려햐 봐야 할 것이다. 세간의 혹평처럼 우리나라의 청문회에는 ‘추기경’이나 ‘종정’을 임명해도 무사치 못할 것이라는 인사청문회 무용론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교육부의 연구윤리 지침 개정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앞으로 우리나라 연구윤리를 바로 세우는 계기이자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의견과 여론 등을 수렴하여 우리 학계, 연구계의 현실에 가장 적정한 지침을 새롭게 개정, 수립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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