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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의 리더십

봄이 왔다. 새 봄이 왔다. 말없이 왔다. 자연스럽게 왔다. 누가 와라고 해서 온 것도 아니다. 아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고 온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해서 온 것도 아니다. 봄은 때가 되어 온 것이다. 부담 없이 왔다. 약속대로 왔다. 기대했던 대로 왔다.

봄은 나무를 타고 왔다. 꽃을 통해 왔다. 아침 햇살을 통해 왔다. 새들을 통해 왔다. 밤하늘의 별들을 통해 왔다. 달을 통해 왔다. 바람을 통해 왔다. 봄이 왔다고 모두들 ‘와’하고 탄성을 지른다. 반가워한다. 좋아한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다. 눈인사를 하는 꽃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눈길을 주지 않고 인사를 외면하는 이도 있다. 봄인사를 하는 나무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다. 나무도, 꽃도, 자연도 사람들이 고약하다고 마음이 상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 있지만 그러하지도 않는다. 오직 자기 할 일만 한다. 내가 당연히 봄 인사를 해야지, 내가 마땅히 아름다움을 나타내야지, 내가 으레 꿈을 나타내어야지.

자연에게 미안한 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어떤 분은 봄 인사를 하는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지만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은 가지는 게 도리가 아닌가 싶다.

벚꽃은 훌륭한 지도자다. 본받아야 할 지도자다. 벚꽃 같은 지도자가 되면 희망이 있겠다.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가 지도자다. 지도자에게는 리더십이 필요하고 따르는 자에게는 팔로워십이 필요하다. 선생님이 가져야 할 리더십을 벚꽃에게서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벚꽃은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이 리더십은 노자가 가르치는 리더십이기도 한다.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하되 표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가끔 높은 지도자를 보면서 종종 ‘뭐 한다고 저렇게 월급을 많이 주나?’ 하면서 불평하기도 한다. 벚꽃이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기 할 일 다 하고 있다. 최적의 온도를 맞추는 일을 하고 있다. 온도의 변화가 생기면 거기에 따라 꽃을 피우고 다음에는 푸른 잎을 피운다. 그 다음에는 또…

자기의 할 일만 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노력하고 스스로 해야 할 일 찾아서 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대로 따라 할지는 몰라도 자율성이 신장되지 못한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길러주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작은 생선을 굽을 때 자주 뒤집으면 안 된다고 노자는 가르치고 있다. 작은 생선 자주 뒤집으면 고기가 부서지기도 하고 타기도 한다. 적당하게 뒤집으면 된다. 작은 생선 같은 애들을 잘 익으라고, 맛있으라고 자주 뒤집으면 맛도 떨어지고 고기 모양도 없어지고 다 타 버린다. 자주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켜만 보고 필요할 때 도와주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벚꽃의 리더십은 자연(自然)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노자께서 가르친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노자는 자연을 강조한다. 물 흐르듯이 매끄럽게 흘러가고 돌아가도록 걸림돌이 되지 않는 리더십이다. 잘 돌아가고 있는데 걸림돌이 되면 돌아가는 것도 서툴고 소리만 내게 된다. 자연스럽게 돌아가는데 아니다 싶을 때는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만 하면 된다. 힘을 실어 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자연스럽게 꽃이 피고 자연스럽게 꽃이 지고 클로즈업 되었다가 또 오브랩 되었다가 다른 장면으로 바뀌면서 자신은 사라지고, 푸른 잎을 선보이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다.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기의 할 일을 찾아서 잘 하게 되고 만족감을 얻게 된다.

벚꽃의 리더십은 꿈을 주는 리더십이다. 선생님은 벚꽃 같은 리더십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희망을 주고 꿈을 주는 리더십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된다. 방향을 잃은 학생들이 방향을 바로 잡게 되고 한 걸음씩 전진하게 된다. 방향 설정이 잘못되면 학생들은 우왕좌왕하게 되고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된다. 차를 몰고 갈 때 방향 설정이 잘못되면 시간만 낭비하게 되고 간 만큼 되돌아와야 한다. 유턴하든지 좌회전, 우회전해서 방향 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

학생들이 꿈을 갖도록 하되 가치 있는 꿈, 장래가 있는 꿈, 남에게 유익을 주는 꿈을 갖도록 하면 학생들은 꿈을 가슴에 품고 그 꿈을 잘 키워나가게 된다. 벚꽃은 벌써 꿈은 이렇게 가지는 것임을 푸른 잎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벚꽃의 리더십은 성공으로 이끄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기는 리더십이다. 벚꽃의 생명이 끝나가면서 던지는 말이 너무 희망차다.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지면 귀를 기울이면 세미하게 들린다. 1974년 홍수환 권투선수에게 공항까지 가서 시합을 앞둔 어머니가 들려준 말씀은 ‘호랑이에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씀이었다. 이 말씀이 힘이 되어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어머니 같은 선생님, 벚꽃 같은 선생님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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