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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소영아, 이제 시작이다

소영아, 나와의 약속에 관하여 네가 말한 의지가 너무 약하다는 말에 교장 선생님도 공감이 간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있는데 이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의지력이라도 믿는다. 그런데 의지력은 한 마디로 실천하여야 만들어지는 힘이라고 난 생각한다. 이는 마치 운동을 해야 근육이 붙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에는 의지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이 많지만 올해 2014학년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특별전형에 합격한 강보라씨(29)는 두 다리를 못 쓰는 1급 지체장애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서울대 로스쿨의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뽑는 특별전형에 장애인이 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강씨는 합격 소감을 묻자 “그동안 로스쿨 준비에 매진하느라 보지 못했던 ‘미드’(미국 드라마)를 실컷 보며 여유를 찾고 있다”며 “나보다 훨씬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장애인의 인권을 돌보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5살 때 사고로 두 다리가 마비됐다. 강씨의 어머니는 “장애를 가졌더라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 수 있다”며 강씨를 늘 격려했고 딸은 이를 순종으로 받아들였다. 대기업 법무팀에서 일했던 아버지는 강씨가 중학생 시절 법원에 데려가곤 했다. 강씨는 법원에서 재판을 방청하며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 강씨는 2004년 재수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장애를 가진 강씨에게는 매사가 도전이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학원에 다닐 때는 강의실 문이 작아 휠체어가 다닐 수 없다고 학원 측에 말하자 “그럼 학원에 오지 말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라”는 답이 돌아와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다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본다. 그때 강씨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법률 조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런 강씨에게 2007년 서울 관악구의 한 장애인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강씨는 “고등교육을 받은 나와는 달리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된 다른 장애인들을 만나며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로스쿨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어려운 환경에서 사명감만으로 버티는 인권변호사가 많은데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권변호사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네 꿈이 확실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하여 너에게 자료를 제공하여 주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이 미래를 밝힐 등불이 되는 것처럼 너도 네 나름의 언어를 만들고 그것을 꼭 붙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네가 나와 약속한 것을 분명히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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